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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새내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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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희생자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을 담을 때, CCTV 화면이 범죄자가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드론 카메라가 지하차도에 시내버스가 잠겨 있는 모습을 비출 때. 이러한 장면들의 효용은 무엇일까? 고통을 보는 일은 그저 사회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가중하며, 전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지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고통을 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아닌, 목격한 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국내 재해 현장과 홍콩 시위 한복판, 광주 평화광장과 캘리포니아주의 마약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함께 뒷이야기를 씀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 십 년 전 광주에 직장을 얻어 막 이삿짐을 풀었을 때 어떤 분이 내게 광주MBC 김인정 기자에 대해 말해주었다. 당연히 그를 알아야 하고, 최대한 빨리 만나야 한다는 듯이. 그분의 취지를, 이후 김인정의 기사를 따라 읽으며 이해했다. 그의 5.18 취재를 보라.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해야 할 것을 한다. 내게 그의 저널리즘은 거의 투쟁처럼 보였다. 그런 나날들의 상처와 보람이 증류된 이 책을 앞에 두고, 나는 십 년 전 그분의 마음으로 되뇐다. ‘우리는 당연히 김인정을 알아야 하고, 최대한 간곡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을 고통의 재현에 대한 한 언론인의 자기 성찰로만 규정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재현 윤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일 뿐만 아니라 동시대 언론 환경에 대한 저항적 성찰이기도 한데, 그 환경의 배후 행위자는 뉴스 소비자인 대중과 그들의 욕망이므로, 이 책의 모든 예리한 질문은 궁극적으로 ‘우리’를 향해 있다. 김인정은 직업상 할 만한 반성을 한 게 아니라, 성찰하지 않는 대중을 위한 일종의 대속代贖 작업을 했다. 이 책은 정확한 질문들로 현지화된, 《타인의 고통》(2003)의 20주년 기념 속편 같다. 이제 이 책에 의지해 ‘우리’와 싸우자.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이끌려 ‘끼리끼리 공감’만 가능해진 지금, 연민은 더 이상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민하기를 멈출 수는 없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해둔 채 늘 새롭고 특별한 고통에만 반응하는 대중은 간혹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하이에나 무리를 연상시킨다. 공감 능력은 길러지지 않고 무뎌진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재해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고통을 구경한다.
많은 뉴스가 법석을 떨며 잠시 말초신경이나 자극하고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러면 우리가 ‘고통 포르노’나 퍼뜨리는 ‘쓰레기 언론’이라고 손가락질해야 할까? 보도를 멈춰야 할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변화의 가능성은 우리 안에 있다.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윤리적 저널리즘은 깨어 있는 시민 정신에 의해 가능해진다.
“뉴스는 수수께끼를 보여줄 뿐,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저자의 말이 묵직하다. 이 말은 뉴스가 무의미한 매체라는 뜻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추적하여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뉴스의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의 몫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뉴스는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고통 구경하는 사회’를 넘어 ‘그다음’을 이야기하길 바란다.
이슬아 (작가, 〈일간 이슬아〉 발행인)
: 김인정은 세상과 닿는 단면이 놀랍도록 넓은 작가다. 그 면적이 광활하고 비옥한 건 기자로서 살아온 시간과 관련이 깊다. 속고 싶지도 속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 기자일 때 방황은 숙명이 된다. 고통을 측량하다가 자주 실패한 자, 취재의 핍진성과 폭력성을 곱씹어온 자가 옮긴 세계는 매끈하지도 딱 맞아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는 소망한다. 그처럼 눈을 크게 뜨고 볼 수 있기를, 그처럼 의심할 수 있기를, 그처럼 시선을 거둘 수 있기를, 그런 뒤에도 질문을 이어갈 수 있기를. 뉴스가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다면 이 책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보도의 윤리뿐 아니라 응시에 관한 걸작으로 불리게 될 책이다. 수전 손택 이후엔 김인정이 있다.
김지수 (마인즈 커넥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저자)
: 우리의 타임라인은 고통을 구경하는 쾌락으로 가득 차있다. 매일 갓 건져 올린 신선한 고통의 진열대 앞에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진통제 삼아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의 희생양이 되는 이 고통의 트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의 뒤를 잇는 정밀한 리포트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고통이 최고의 콘텐츠’가 된 사회에 던지는 기자 김인정의 묵직한 한 방이다.
‘기레기, 너나 잘하세요’라는 조소를 인정한 채, 그는 각성한다. ‘타인의 고통’은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내 것처럼 착각할 때 ‘고통의 자리’는 쉽게 무대가 된다고. 압사의 살풍경이 벌어진 10.29 참사부터 재해 현장의 희생자들, 떨고 있는 마약 중독자들, 폭염의 쪽방촌을 통과한 그의 사려 깊은 르포는 보여준다. 왜 우리가 ‘타자의 고통’에 섣불리 공감하기보다 고통을 겪는 타자의 공간에 침범하는 걸 더 조심해야 하는지, 왜 우리의 얄팍한 이해력은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할 때’가 아니라 ‘다 아는 척할 때’ 더 나빠지는지.
단죄하거나 단정하지 않는 저널리스트를 가진 사회는 희망이 있다. 부디 한 기자가 죄의식과 책임감 사이에서 찌른 질문의 ‘주저흔’이 이 땅의 모든 저널리스트에게 가닿기를. 더불어 오랫동안 쾌와 불쾌를 오가며 ‘고통 구경꾼’으로 상처 입은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저자)
: 다른 직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더욱이 그 직업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회의 공기로서, 그리고 우리의 확장된 감각기관으로서 저널리즘이 행동하는 원리와 이면을 차분히 설명해 주는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익숙해진 시스템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고민하도록 독려한다.
책이 가진 함의도 물론 좋지만, 섬세한 표현으로 그리고 따뜻한 공감으로 채워진 문장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기에 뉴스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신식 (작가, 감정사회학자)
: 문해력의 뜻을 살면서 겪은 바를 파악하는 것으로 넓혀본다면, 이 책은 내 안에 자리한 ‘고통에 대한 문해력’을 곱씹게 해주었다. 그 과정이 고통에 대해 얼마나 세련되고 유려하게 입장을 표할 수 있는지 자격을 따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좋았다. 저자는 회한과 고뇌, 주저함과 무력감 등이야말로 참사를 마주하는 우리의 반응에서 누락된 사회적 맥락을 되살피는 동력임을 섬세히 논한다.
여기서 비롯된 김인정의 예리한 진단과 의표를 찌르는 결단은, 고통에 대한 다각도의 사유가 어떻게 나와 타인, 세상을 향한 사랑의 회복으로 이어지는지를 인상 깊게 증명해 낸다. 고로 이 책은 누군가 처한 곤경 앞에서 수없이 고꾸라진 어느 저널리스트의 참회록 너머, 끈기를 품은 채 나와 다른 존재를 향한 애정을 끊임없이 발명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을 기록한 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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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일보 2023년 10월 20일자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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