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힘든 시기를 함께한 반려동물 ‘매기’를 폐암으로 잃은 사건을 계기로, 저자 ‘알렉시스 플레밍’이 스코틀랜드의 버려진 농장에 ‘세계 최초 동물 호스피스 병원’을 설립하는 과정을 다룬 진정성 있고 뭉클한 에세이다.
죽어가는 동물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쌓이는 사랑, 우정, 유대감과 같은 감정들은 우리네 인생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다. 저자는 정처 없이 떠돌고 주인 없이 혹독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돌이키게 한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며 진정 소중히 여길 가치들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도 한다. 이 책은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도서이다. : 반려동물의 보호자라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우리보다 짧다’는 것이다. 나는 ‘반려동물의 유일한 단점이 우리보다 빨리 죽는다는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의사로 일하며 아이들의 죽음을 그 누구보다 많이 접했다. 처음에는 보호자와 함께 울었지만 점점 슬픈 감정이 차올라도 눈물이 나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첫 반려견 ‘슈나’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며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미안해’, 그리고 ‘떠나보내기 싫어’였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특히 ‘개’는 이종 간 사랑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는-사람과 특히 유대감이 깊은-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반려견이 사랑스럽다고, 가족 또는 자식 같다고 느낀다. 한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남자의 경우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 그 사이의 슬픔’, 여자의 경우 ‘자식이 떠났을 때의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슈나를 보내며 나 역시 그런 슬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웠고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으며 슈나 같은 반려견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활동하게 되었다. 세계 최초의 동물 호스피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은 《실은 떠나보내기 싫었어》를 읽으며 반려견 ‘슈나’를 보내며 느낀 감정이 생생히 떠올랐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동물이 일깨우는 사랑과 슬픔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본 도서의 원제는 ‘No life too small’이다. 혹자는 사람도 아닌 동물이 무슨 호스피스에서 치료를 받으며, 왜 동물에게 그렇듯 과한 애정을 쏟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제목의 의미를 되새기자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작디작은 생물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이 결국 사회의 모든 약자에게 쏟는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모두의 삶이 더 아름답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