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달팽이 식당>의 작가 오가와 이토의 <완두콩의 비밀>. 쉰 가까운 나이에 남편 '펭귄'과 떨어져 독일 베를린에서 반려견 유리네와 단둘이 생활하게 된 오가와 요코.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서도 어학원에 다니며 부지런히 독일어를 배우고, 동네를 오가면서 새 이웃을 사귀고, 시장에서 갖가지 신선한 재료들을 사다가 건강한 집밥을 만들어 먹고, 휴가철에는 지인들과 함께 유럽 곳곳을 누비며 추억을 만들고, 추운 날에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 강아지와 온기를 나누고, 몇 달 만에 한 번씩 남편과 만나 상봉의 기쁨을 나누는, 평범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하루. 한 해의 시작인 1월 1일부터 이듬해를 코앞에 둔 12월까지 1년 사계절을 꽉 채워 담은 오가와 이토의 베를린 일기.
수상 :2020년 일본 서점대상, 2018년 일본 서점대상, 2017년 일본 서점대상 최근작 :<츠루카메 조산원> ,<날개가 전해 준 것> ,<패밀리 트리> … 총 103종 (모두보기) 소개 :소설가이자 작사가이자 번역가. 1973년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나, 대학 입학을 계기로 상경했다. 평소 꿈꾸던 베를린 생활을 거쳐 현재는 나가노 산속에 집을 지어서 애견 유리네와 함께 살고 있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꾼 지 10년 만인 2008년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발표한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일본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번역되어 큰 사랑을 받았고, 2010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작가는, 생활도 작품도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생과 사를 소재로 한 치유 소설은 이제 확실한 오가와 이토의 시그니처가 됐다. 저서로는 《초초난난》, 《따뜻함을 드세요》,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리본》, 《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어서》, 《양식당 오가와》, 《토와의 정원》, 《라이온의 간식》 등이 있으며, 최근 《츠바키 문구점》의 3탄 격인 《츠바키의 연문(戀文)》 신문 연재를 완료했다.
최근작 :<내 서랍 속 작은 사치>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 ,<우리는 올록볼록해> … 총 94종 (모두보기)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원서로 읽기 위해 일본어를 전공한 번역가.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 가와카미 미에코의 《헤븐》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고, 《아무튼, 하루키》 《우리는 올록볼록해》 《내 서랍 속 작은 사치》 《읽는 사이》(공저) 《사랑하는 장면이 내게로 왔다》(공저) 등을 썼다.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한 걸음 확실히 나아간 느낌이 든다
타박타박 걷기만 해도 어쩐지 행복하다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 『양식당 오가와』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따뜻한 감성과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는 오가와 이토의 신작 『완두콩의 비밀』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생 후반전을 앞두고 지구 반대편으로 훌쩍 날아간 오가와 이토가 낯선 땅 베를린에 머물며 1년 동안의 일들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에세이다. 독일에 사는 일본인 작가의 이야기지만, 왠지 모르게 정겹고 공감 가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새해를 맞아 친구와 온천에서 신년회를 하고, 라디오를 들으며 부지런히 독일어를 배우고, 동네를 산책하며 새 이웃을 사귀고, 소박하지만 맛있는 집밥을 만들어 먹고, 때때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상.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완두콩의 비밀』 속 작가의 ‘어쩐지’ 행복하고 ‘어쩐지’ 즐거운 나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오늘도 ‘어쩐지’ 멋진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즐거운 ‘여름’이었다.
올해는 여름이 길어서 빛을 잔뜩 저장해둘 수 있었다
계절을 마주하는 작가의 마음은 늘 산뜻하고 유쾌하다. 봄이면 한 해의 첫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가지에 움트는 초록빛을 만끽하고, 여름이면 맛있는 요리와 멋진 만남을 꿈꾸며 낯선 땅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가을에는 집 안 가득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사과 케이크를 굽고, 겨울에는 흩날리는 눈을 구경하다 반려견과 온기를 나누며 잠든다. 물론, 매일매일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좌충우돌 실수를 저지르고, 타향살이에 외로움을 느끼고, 소중한 이들을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해 먹고 주변 사람들과 격려하며 불행을 잊고 행복을 더 크게 만들어간다. 그것이 생활 전반에 경쾌한 리듬감을 주고, 작가의 삶을 엿보는 독자들까지도 즐겁게 만드는 오가와 이토만의 비법이다.
이런 ‘가을’ 날씨라면 언제까지라도,
어디까지라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오가와 이토는 때때로 정치인들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고,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를 걱정하기도 한다.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고 예술에 대한 태도를 점검하기도 한다. 세상이 늘 밝을 수만은 없듯, 작가에게도 걱정과 불안이 있지만 거기에 침잠하지는 않는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작은 실천을 하는 것뿐이니까. 작가는 걱정 속에서도 특유의 명랑함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오늘을 산다.
앞을 보고 한 걸음씩 착실히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에게도 에너지를 준다. 내 발걸음도 그와 함께 나아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두콩의 비밀』을 읽는다는 것은 싱그러운 에너지를 채우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내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고 콧구멍에 봄과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무거운 근심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 저녁에는 나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적어도 ‘크리스마스’ 정도는 온 세상 사람들이,
특히 어린이들이 마음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
『완두콩의 비밀』에서 오가와 이토가 보여주는 것은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다. 하루하루를 진솔하게 기록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행복을 기본 삼아 삶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일본의 전통 축제를 기념하던 중, 그들은 “조이풀로 가자”(63쪽)라는 말은 한다. 조이풀joyful하게 살자는 뜻이다. 오가와 이토는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조이풀은 아주 멋진 단어고, 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완두콩의 비밀』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바로 이 ‘조이풀’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조이풀하게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걱정들은 저 멀리 밀어두고, 오가와 이토의 다정한 문장에 몸을 맡긴 채 언제까지나 둥실둥실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