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백조 소설선 2권. 2001년 《불교신문》, 2007년 《한국일보》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유응오 소설가가 두 번째 장편소설 <염주>를 출간하였다. <하루코의 봄> 출간 이후 6여 년 만에 선보이는 유응오 소설가의 장편소설이다.
일제강점기, 해방, 분단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역사에서 정치사적으로 주요한 인물들의 삶을 염주 알을 꿰서 염주를 만들 듯 형상화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해방 이후 끊임없이 지속된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의 반목을 화쟁(和諍)과 화엄(華嚴)이라는 불교사상에 입각해 상생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박헌영의 아들인 원경 스님과 빨치산 토벌대장인 차일혁의 교차 시점으로 구성돼 있는 팩션(Faction) 소설이다. 원경스님의 시점에서는 박헌영, 이현상, 김상룡, 이주하, 주세죽 등 남북 양측에서 버림받은 남로당계 공산주의자들이 등장하고, 차일혁의 시점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빨치산과 토벌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1980년대 이후 출간된 빨치산 문학 내지는 정치소설들이 지나치게 고발적이거나 정파 투쟁적 관점에 빠져서 메마른 몸피를 보였다면, <염주>는 인간의 존재와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의 해답으로 불교사상을 제시함으로써 이전 문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008 허공을 걷는 사람들 : 이전 시기의 빨치산 문학이나 정치소설이 지나치게 고발적이거나 정파 투쟁적 관점에 빠져서 메마른 몸피를 보였다면, 『염주』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불교라는 소재를 추가하여 소설의 디테일을 더 생동감 있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여러 개의 염주 알 중 한 알일 뿐이에요. 낱낱의 염주 알이 모여서 이 염주가 되었지요. 그러니까 이 염주는 여럿이자 하나이고 하나이자 여럿이에요.”라는 원경 스님의 대사는 불교 사상과 일맥상통하는데, 바로 이 대목이 인간 공동체와 광대한 우주 공간 속에서 인간 실존의 근원을 끝까지 파헤치려는 작가의 치열한 고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염주』에 나오는 많은 인간 군상들의 헌신은 현재 한국 소설계가 목도하고 있는 자본주의 일상의 퇴폐적이고 쇄말적인 인간상과 대비된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공동체의 선善을 지향하고 존재의 근원을 끝까지 탐구하려는 화쟁과 화엄의 세계가 아닐까?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23년 3월 18일자 '한줄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