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괴롭고 힘든 순간을 만나면 ‘배움’ 안으로 숨어들었다. 책을 읽었고, 시험을 쳤고, 무엇이든 공부해서 배워 나갔다. 일이 잘 안 될 때마다 떨어지고 실패하면서도 ‘뭔가를 배우고 있는 나’가 주는 위안 속으로 도망쳤다. 그러던 어느 날 배움의 배신이 시작되었다."
태주는 삶에서 맞닥뜨린 모든 문제를 배움으로 돌파한다. 하지만 그녀는 문득 자신이 공부하고 배워 왔던 것들이 무용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내가 ‘배움 덕분에’ 성공할 줄 알았지 ‘배움 때문에’ 길을 잃고 이렇게 오랫동안 방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삶의 모든 장면들을 배우는 자세로 대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정말이지 큰 착각이자 어마어마한 착오였다."
그토록 믿어 왔던 ‘배움’이 태주에게 등을 돌리던 그 순간, 태주는 그제야 자신이 알아야 할 것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가늠하게 된다.
엄태주 (지은이)의 말
나는 누구일까, 우리들은 모두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해하던 어린이는 자라고 자라 이런 어른이 되어 버렸다.
그 무엇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이런 어른’이 된 나는,
답을 찾고 싶어 무엇이든 배웠고 그 경험들을 글로 남겼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여전히 모르고 몰라서 아득하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오늘 하루를 끝내 살아낸 사람들과
살아 있는 모든 삶들에 전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엉망진창이지만, 그래서 매일 낙심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우리 함께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길 위에서 끝내 자기 자신에 다다르기를.
그런 희망으로, 살아 있는 날들 동안 계속해서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