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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 성장한 정세랑의 데뷔 10주년 첫 SF 소설집. 지금 이곳,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몰락해가는 인류 문명에 대한 경고를 8편의 SF 작품을 통해 그려낸다. 2010년 데뷔 시절부터 2019년까지 정세랑이 쓴 거의 모든 SF 단편들을 모았다. 8년이 넘는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정세랑 스타일의 기원.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_7
11분의 1_15
리셋_41
모조 지구 혁명기_93
리틀 베이비블루 필_123
목소리를 드릴게요_151
7교시_217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_229

◇ 작품 해설_255
◇ 작가의 말_263
◇ 수록 지면_269

첫문장
손가락이 사라지는 아이를 좋아해본 적이 있니?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경향신문 2019년 12월 27일자 '책과 삶'
 - 한겨레 신문 2020년 1월 3일자
 - 한국일보 2020년 1월 2일자 '새책'
 - 국민일보 2020년 1월 2일자 '200자 읽기'
 - 문화일보 2020년 1월 6일자

수상 :2017년 한국일보문학상, 2017년 창비장편소설상, 2013년 창비장편소설상
최근작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소설의 첫 만남 11~20 세트 - 전10권>,<하필 책이 좋아서> … 총 96종 (모두보기)
인터뷰 :<목소리를 드릴게요> 출간, 정세랑 작가 인터뷰 - 2020.01.10
SNS ://twitter.com/callmerang
소개 :2010년 『판타스틱』에 단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산문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가 있다.

정세랑 (지은이)의 말
아무래도 스스로를 생각할 때 판타지 작가인 것 같지만, 종종 SF를 썼고 참새와 박새가 수가 모자랄 때 서로서로 무리 지어 지내는 것처럼 SF 작가들과 오랜 우정을 나누어왔으므로 이 책을 꼭 내고 싶었다. 요즈음은 전 세계적으로 장르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려져가는 듯해 용기가 나기도 했다. 장르문학을 쓸 때도 쓰지 않을 때도 나는 한 사람의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람들 사이,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관심이 바깥을 향하는 작가들이 판타지나 SF를 쓰게 된다고 생각한다.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은 언젠가 학습만화용으로 쓰고 싶어 만들어놓은 캐릭터들이 주인공인데, 학습만화의 정반대에 있는 초단편이 되었다. 역시 계획은 계획일 뿐인 것 같다. 짧은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많아 기뻤다.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기를 언제나 바라고 있다.

《11분의 1》은 실제로 대학 때 모든 여성 회원이 탈주한 동아리에 남겨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물론 소설과 달리 다음 학기에 바로 정상화되었지만, 한 집단의 유일한 여성이 된다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꼭 개인적인 경험과 연관 짓지 않더라도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찾으려는 인물에 애정이 있다.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소리 질러버리고 난동도 부려보는 유경에 대해 쓰는 것은 즐거웠다. 어리고 젊은 나이에 아팠거나 지금 아픈, 혹은 먼저 세상을 뜬 친구들에게 보내는 마음이기도 했다.

《리셋》은 계속 쓰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거대한 지렁이들이 인류 문명을 갈아엎는 이야기를 짧게 여러 번 써서 합쳤다.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문명이 잘못된 경로를 택하는 상황을 조바심 내며 경계하는 것은 SF 작가들의 직업병일지 모르지만, 이 비정상적이고 기분 나쁜 풍요는 최악으로 끝날 것만 같다. 미래의 사람들이 이 시대를 경멸하지 않아도 될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윤리는 어쩌면 비위에 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자주 곱씹는다. 자료 조사를 하다가 에이미 스튜어트의 《지렁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에서 좋은 정보들을 많이 얻었다. 표지가 적나라하게 지렁이지만 내용은 무척 흥미로웠다.

《모조 지구 혁명기》는 열네 살 때부터 반복해서 꾼 꿈에서 재료를 얻었다. 장르 작가들의 뇌는 악몽 제조기에 가까워서 종종 그렇게들 소설을 쓴다. 반칙이려나?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분들이 있었고 아주 싫어하는 분들도 있었다. 꿈결이 비슷한 사람들만 이야기를 통해 연결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쓸 때는 무엇을 쓰는지 몰랐고, 이번에 고치며 다시 읽어보니 학대자를 살해하는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일단 쓸 때가 많으니, 나는 그냥 이야기가 지나가는 파이프일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타투를 하면 파이프 모양을 하려고 한다. 인물들의 성별을 모호하게 수정했는데, 어떤 성별로 이 이야기를 읽으셨는지 궁금하다. 한국어는 그런 작업이 가능한 언어라 즐겁다. 읽는 사람의 마음대로 읽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리틀 베이비 블루 필》은 할머니의 간병 보조를 맡고 있을 때 썼다. 그 시기에 대한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데, 반복되는 나날이어서 기억에 깃발이 꽂히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요새는 아침에 일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살 때는 새벽에 교정을 보거나 소설을 썼고, 덕분에 할머니가 현관문이나 창문을 열고 나가시려는 걸 제때 만류할 수 있었다. 실종이나 추락이 매일 두려웠다. 단 3시간만이라도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출발한 소설은 주인공이 없는, 통사 서술 비슷한 무엇이 되었는데 가끔 이런 식으로 지독히 건조한 소설들이 쓰고 싶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를 구상한 것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특별판 편집을 맡았던 시기였다. 2010년대 한국에 수용소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다가, 친한 친구들의 이름이 잔뜩 들어간 소설이 되었다. 친구들은 이 이야기가 단행본으로 묶이는 게 미뤄져서 불만이 많았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어서 일찍 쓰인 것인데 묶이는 순서는 그대로가 아니었던 것이다. 변명하자면 데뷔작도 아직 단행본으로 묶지 못했다. 복잡한 자석 놀이처럼 단편과 단편이 잘 붙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이야기를 표제작으로 삼은 것은 요새 가장 자주 하는 고민이 한 사람 안의 유해함, 공동체와 시민 사회 안의 유해함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유해함을 신중하게, 더불어 기꺼이 제거하기로 마음먹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받아 적고 싶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반복해서 “정세랑 소설은《목소리를 드릴게요》말고는 다 갖다 버려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지웠다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아니, 제가 정말 다작하는 편인데 정말로 다요? 이제 와선 웃지만, 창작자들에게 조금만 너그럽게 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7교시》는《리셋》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초단편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 나는 정말로 여섯 번째 대멸종이 두렵다. 조류 관찰을 좋아해서 전 세계의 관련 단체 소식을 받고 있는데, 모두 개체 수 급감에 아득하게 절망하고 있다. 요새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라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새들이 다 사라져가는 세계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치우친 게 아닌지 항변하고 싶다. 욕망은 점점 단순하게 수렴해서,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를 누비는 작은 새들을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와 닮은 존재가 아닌 닮지 않은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사랑의 특성은 번지는 것에 있으므로 머지않은 날에 정말 가능할지도 모른다.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는 어려운 희망에 대해 쓰고 싶어서 썼던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데, 내가 이 이야기를 쓸 때의 기억보다 어떤 분이 웹진 거울에 “그런데 헬기가 구해주지 않고 또 통조림만 주고 가버려” 하고 농담을 남기신 게 강렬했다. 그 농담만 생각하면 매번 웃음이 터진다. 별개로 나는 살아남은 정윤이 먹고 싶어 하던 채소로,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한 작은 화단을 가지게 되었을 거라고 상상한다.

2020년은 SF 단편집을 내기에 완벽한 해가 아닌가 싶고, 세계는 더디게 더 많은 존재들을 존엄과 존중의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는다. 너무 늦지만 않으면 좋겠다.

2020년 1월
정세랑

아작   
최근작 :<천국게임>,<소년과 개>,<아무도 나를 위해 태어나지 않는다>등 총 166종
대표분야 :과학소설(SF) 3위 (브랜드 지수 437,331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8위 (브랜드 지수 189,577점), 추리/미스터리소설 23위 (브랜드 지수 78,537점)
추천도서 :<나의 진짜 아이들>
생의 끝자락에 이르러, 두 가지 각각 다른 인생의 기억이 떠오른다면 어떤 삶이 과연 나의 진짜 삶이었을까. 이 책은 한 여성이 결혼이라는 ‘선택’을 통해 어떤 운명을 펼쳐가게 될지 보여주는 이야기이자, ‘기억’이 과연 우리 인간의 정체성의 근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지에 관해 묻는 소설이다. 삶은 결국 슬프지만, 그 애잔한 사이에 깃든 달콤함을 젤라토처럼 그려냈다. - 박은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