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비어봄은 영국의 수필가이며 소설가이자 풍자화가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에드워드 시대에 걸친 영국 사회를 특유의 풍자와 유머, 위트로 묘사한 바 있는 그는, 자신이 쓴 글에 그림을 그려 함께 발표할 만큼 작가로서의 재능뿐만 아니라 화가로서의 재능도 탁월한 인물이었다.
비어봄은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던 시절부터 유수의 문예지에 글과 그림을 발표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으며, 오스카 와일드를 비롯한 여러 문인 및 예술가들과 깊이 교류하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듯, 비어봄은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로부터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맥스!”라는 극찬을 들었으며, 그 외에 버트런드 러셀, 버지니아 울프, E. M. 포스터, 이블린 워 등 걸출한 작가들의 열렬한 찬사의 대상이기도 했다.
비어봄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1911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 『쥴리카 돕슨: 옥스퍼드의 사랑 이야기』로, 이 소설은 모던 라이브러리(Modern Library) 선정 영어로 쓰인 20세기 최고의 소설 100권 중 한 권(59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어봄의 작품은 우리나라에 『일곱 명의 남자』(2013)와 『행복한 위선자』(2007)가 번역 출간되어 있을 뿐, 그의 대표작인 『쥴리카 돕슨』은 아직 출간되어 있지 않아서, 이 번역서는 초역 출간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22년 11월 26일자
최근작 :<Yann Martel>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삼육대학교 스미스학부대학 부교수. 현재 한국영어영문학회, 한국현대영미소설학회, 한국근대영미소설학회, 19세기영어권문학회, 한국영미문학교육학회 등의 임원으로 활동 중. 『미국문학으로 읽는 미국의 문화와 사회』(공저), 『질병은 문학을 만든다』(공저), 『근대 영미소설 속 질병, 재난, 공동체』(공저) 등의 저서가 있고, 『쥴리카 돕슨』, 『위험한 책읽기』(공역) 등의 역서가 있음. 감수한 책으로 『감염병과 사회』, 『감시 자본주의 시대』가 있고, 「문화번역의 번역(불)가능성: 탈식민주의 번역 연구」, 「창의융합 시대 인문교양교육에 대... 삼육대학교 스미스학부대학 부교수. 현재 한국영어영문학회, 한국현대영미소설학회, 한국근대영미소설학회, 19세기영어권문학회, 한국영미문학교육학회 등의 임원으로 활동 중. 『미국문학으로 읽는 미국의 문화와 사회』(공저), 『질병은 문학을 만든다』(공저), 『근대 영미소설 속 질병, 재난, 공동체』(공저) 등의 저서가 있고, 『쥴리카 돕슨』, 『위험한 책읽기』(공역) 등의 역서가 있음. 감수한 책으로 『감염병과 사회』, 『감시 자본주의 시대』가 있고, 「문화번역의 번역(불)가능성: 탈식민주의 번역 연구」, 「창의융합 시대 인문교양교육에 대한 비판적 고찰 및 제언」, 「광녀와 유령: 『흰 옷을 입은 여자』와 『검은 옷을 입은 여자』 비교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음.
맥스 비어봄(Max Beerbohm, 1872-1956)은 영국의 수필가이며 소설가이자 풍자화가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에드워드 시대에 걸친 영국 사회를 특유의 풍자와 유머, 위트로 묘사한 바 있는 그는, 자신이 쓴 글에 그림을 그려 함께 발표할 만큼 작가로서의 재능뿐만 아니라 화가로서의 재능도 탁월한 인물이었다.
비어봄은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던 시절부터 유수의 문예지에 글과 그림을 발표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으며,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를 비롯한 여러 문인 및 예술가들과 깊이 교류하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듯, 비어봄은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로부터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맥스!”라는 극찬을 들었으며, 그 외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E. M. 포스터(E. M. Foster), 이블린 워(Evelyn Waugh) 등 걸출한 작가들의 열렬한 찬사의 대상이기도 했다.
비어봄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것은 1911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 『쥴리카 돕슨: 옥스퍼드의 사랑 이야기』(Zuleika Dobson or An Oxford Love Story)로, 이 소설은 모던 라이브러리(Modern Library) 선정 영어로 쓰인 20세기 최고의 소설 100권 중 한 권(59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어봄의 작품은 우리나라에 『일곱 명의 남자』(2013)와 『행복한 위선자』(2007)가 번역 출간되어 있을 뿐, 그의 대표작인 『쥴리카 돕슨』은 아직 출간되어 있지 않아서, 이 번역서는 초역 출간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번역서에 삽입된 모든 그림은 비어봄이 직접 그린 것으로, 예일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한 The Illustrated Zuleika Dobson or An Oxford Love Story (2002)에 삽입된 것을 화인북스에서 판권을 구입하여 사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번역서는 독자들에게 비어봄의 소설을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 그의 그림까지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쥴리카 돕슨』은 어느 날 홀연히 옥스퍼드 대학에 나타난 쥴리카 돕슨이라는 미모의 여성과 그녀에게 흠뻑 빠진 도싯 공작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그 사랑 이야기의 이면에는 귀족에 대한 풍자, 대학 사회에 대한 풍자, 군중 심리에 대한 풍자, 영국 사회에 대한 풍자, 더 나아가 인간 전반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자리하고 있다.
사랑과 죽음을 주제로 한 많은 문학 작품들 중에서 『쥴리카 돕슨』이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이유는, 이 소설의 부제인 “옥스퍼드의 사랑 이야기”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쥴리카 돕슨』은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성적 집단인 옥스퍼드 대학에서 너무나도 무모한 집단 자살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이 ‘집단 자살’이라는 대소동을 야기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쥴리카 돕슨’이라는 한 여인인데, 단지 그녀를 향한 사랑 때문에 수많은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강물에 몸을 던진다. 세상에서 가장 지성적인 집단이 모여 ‘집단 지성’을 이루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집단 자살’의 결과를 맺는다는 점에서, 『쥴리카 돕슨』은 그 어떤 문학 작품보다 더 사랑의 파괴적 단면을 잘 드러낸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기도 한 작가 비어봄은 옥스퍼드 대학을 사랑과 죽음의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지적’인 자들의 속절없이 ‘어리석은’ 사랑을 부각시킨다.
무엇보다 『쥴리카 돕슨』은 전쟁의 알레고리로 읽을 때 더욱 깊은 의미가 있다. ‘쥴리카 돕슨’이라는 끔찍하게 매력적인 여인의 파괴력을 끔찍하게 매력적인 전쟁의 속성과 겹쳐 읽을 때, 제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1911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전쟁의 알레고리로 읽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오늘날, 쥴리카의 파괴적 매력에 이끌려 맹목적으로 강물에 몸을 던진 옥스퍼드 대학생들의 모습을 재현한 『쥴리카 돕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상을 파국으로 이끄는 전쟁을 그치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경고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