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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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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이미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있으나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름의 화가가 있다. 프랑스 도미니코수도회 소속의 김인중 신부다. 프랑스 혁명 이후 최초로 노트르담 대성당 전시(2003), 프랑스 문화예술 공훈 훈장 오피시에 수상(2010),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가톨릭 아카데미 회원 추대(2016), 프랑스 앙베르 시 ‘김인중 미술관’, 이수아르 시 ‘김인중 상설전시관’ 건립(2019)…. 그의 이력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지만, 정작 그는 하얀 수도복을 입고 적막 속에서 기도와 그림으로 수행하고 있는 수도자이다. 2021년 KBS 다큐멘터리 〈천사의 시〉 편이 방영되고, 이듬해 카이스트(KAIST)의 초빙석학교수로 취임하면서 화제와 함께 국내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북한산 형제봉 아래 ‘심곡암’이라는 산사가 있다. 말 그대로 가파르고 깊은 계곡에 자리한 소담스러운 암자이다. 이곳의 주지가 원경 스님이다. 낙원동에서 무료급식소(사회복지원각)을 운영하고 조계종의 중책을 맡아 늘 분주하지만, 그 또한 차향 은은히 퍼지는 고요한 암자에서 시(詩)를 쓰며 수행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얼마 전 KBS 인간극장 ‘인연’ 편을 통해 스리랑카에서 온 명선 스님과의 인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김인중 신부와 원경 스님이 만났다. 청양의 ‘빛섬’ 아트갤러리에서였고 축복과도 같은 ‘꽃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이미 서로의 작품에 대해 깊이 교감하고 있던 터였으며, 예술 수행자로서의 존경과 우애가 싹텄다. 종교와 세대, 문화의 차이는 어떤 장벽도 되지 않았다.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은 화가 신부와 시인 스님의 예술로서의 수행의 여정과 만남의 결과물이다. 김인중 신부님께 드리는 글 004 : 만일 천사들이 그림을 그린다면 그들의 예술은 틀림없이 김인중의 그림과 같을 것입니다. 색채와 형태들은 독특한 진실의 힘에서 나오는 듯하고, 김 신부의 작품은 창조되었다기보다는 기도의 깊이에서 솟아 나온 듯합니다. : 언젠가 신부님께서 제게 안에서만 타오르는 촛불이 되지 말고 밖으로도 빛을 뿜어내는 넓은 빛이 되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밖으로 뿜어내는 넓은 빛!’ 그 말이 늘 가슴에서 울려왔습니다. 이 책을 펼치며 저는 종교와 세대와 문화마저 가벼이 넘어서는 빛의 깊고 광대함을 봅니다. : 화가 신부님과 시인 스님이 예술의 이름 아래 만났다. 서로의 작품세계와 정신성에 대한 두 분의 깊은 감응이 놀랍고 고귀하게 여겨진다. 종교와 세대를 넘나들며 교감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지고한 수행의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은 매우 희귀하며 아름다운 책이다. 종교, 예술, 출판의 영역을 떠나 우리 시대의 큰 자산이라 할 만하다. : 꽃이 피면 그 향기가 가슴에 다가와 가슴이 터질 듯하고, 달이 뜨면 그 달빛이 가슴에 부서집니다. 낙엽을 따라 마음이 함께 굴러가고 눈과 함께 다복해지는 것은 마음이 잔잔해져 있거나 비어 있어야 가능합니다. 원경 스님의 시는 그런 고요함과 자유로움이 바탕이 되어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3년 9월 1일자 문학 새책 - 문화일보 2023년 8월 29일자 - 조선일보 2023년 9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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