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괴팍한 독서가이자 지독한 책벌레로 유명한 서평가 조 퀴넌의 발칙하고 삐딱한 독서 편력기. 읽고 또 읽느라 바친 세월, 그 삶의 열정적이면서 유쾌한 보고서인 이 책 속에는,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과 인정사정 없이 웃기는 투정이 가득하다. 저자는 책이라는 사물 그 자체에 마법의 힘이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못 말리는 책 숭배자이자 책 사랑꾼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책들이 있는 한, 아직도, 우리 모두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과 인정사정없이 웃기는 투정이 가득하다. 배꼽 잡을 유머와 신랄한 비판, 빛나는 지성과 책을 향한 열렬한 사랑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놀라운 책이다. 그는 단지 책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특별한 책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 사랑꾼들의 습관을 파악하고, 책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맺어주기도 하고 깨뜨리기도 하는지 분석한다.
특히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좋은 ‘독서법’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편견을 여지없이 깨부순다. 저자는 속독과 독서 토론회를 혐오하고, 도서관과 전자책을 싫어한다. 한꺼번에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며, 절대로 빌려 읽지 않고 반드시 사서 읽는다. 조 퀴넌에게 책은 단지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만질 수 있고 체취를 맡을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것이다. 책에다 표시를 남기고 손때를 불어넣고 이렇게 쌓았다가 저렇게 옮겼다가 하면서 신나게 가지고 놀며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탐닉한다.
1 책만 읽고 살면 소원이 없겠네 7
2 이름 없는 얼굴, 번호 없는 가방 49
3 더 많은 책이 필요할 것 같군요 97
4 킨들로는 어림도 없지 137
5 하루는 스물네 시간, 책만 읽기에도 모자라 185
6 스톡홀름 증후군 241
7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책을 읽지 301
8 아직 다 읽지 못했으니 죽음의 천사여, 나중에 오라 347
감사의 글 383
첫문장
미국인은 1년에 평균 네 권의 책을 읽는다지만 평균적인 미국인은 1년에 네 권이 차고 넘치는 독서량이라 생각한다.
: 나는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다. 활자 중독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내게,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이 무슨 소용인가. 책을 펼치면 언제든 황홀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책벌레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나보다 더한 중증 환자가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을 것이다.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부질없이 보낸 시간에 문득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괜찮다. 아직 늦지 않았다. Dum spiro, spero. 숨 쉬는 한, 희망이 있다.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희망이. 만국의 책벌레들이여, 열광하라! 여기 가슴 벅찬 독서 예찬론이 펼쳐진다.
: 재작년 폐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 부모님은 책이 원인이라고 확신하셨다. 집 안을 가득 채운 책과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책 먼지가 병을 만들었을 거라는 추측이다.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없지만,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대개 고개를 끄덕였다. 이처럼 애서가와 독서가는 늘 책으로 의심받는 존재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하루에 네 시간씩 독서에 시간을 쏟으며 평생 7천여 권의 책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의 모든 게 책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온당하지 않겠는가. 잘된 쪽이든 잘 안 된 쪽이든 말이다. 물론 내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하루에 네 권씩 책을 구매한 쪽에 가깝고, 당연히(?) 잘 안 된 쪽으로 기울어진 삶이다. 이 책이 내 삶의 균형을 찾아줄 수 있을까. 늘 그렇듯 기약 없는 기대로 책과 만나지만, 이번에는 왠지 확신이 든다. 책이 나오기도 전에 읽어봤으니 말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어요.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조금 다른 아이, 문》 《GREEN : 숲 이야기》 《책 읽는 고양이》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 외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