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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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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1일 이른바 ‘비정규직보호법’의 시행을 하루 앞둔 2007년 6월 30일 홈에버 월드컵점을 멈춰 세웠던 여성노동자들. 이들 대부분은 40대 전후의 기혼여성들로, 마트에서 ‘아줌마’, ‘멸치언니’, ‘황태언니’로 불리던 이들이었다. 노동조합의 ‘니은’ 자도 몰랐던 이들이 왜 노동조합에 가입하며 51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는가.
<510일>(전 2권)은 벌써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린 그 사건을, 역사로 다시 쓰기 위한 작업이다. 노동자들의 자기역사쓰기와 구술사 작업을 통해 역사와 사회에 ‘묻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찾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힘써 온 저자 유경순은 이랜드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510일 파업을 끝까지 함께한 이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처음 기록해 냈다. 특히 저자는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노동조건은 물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달라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기 전에는 고객들의 갑질 횡포도 많았고,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을 무시했는데, 510일투쟁을 거치면서 이들도 인격을 가진 노동자라는 시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10일> 2권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된 2007년 말부터의 노조와 조합원들의 상황과 더불어 지역의 분회들 중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 주었던 순천분회와 울산분회의 510일간의 파업투쟁, 그리고 홈플러스로의 인수과정 등이 실려 있다. 특히 11장에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로 510일투쟁이 각 개인과 노조에 가지는 의미 등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6장 노동조합 상황과 지역대책위원회의 활동 : 이랜드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긴 『510일』의 출간은 우리의 눈물과 땀과 희망이 어떻게 자라고 익어 우리의 삶을 바꾸는지를 확인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증거입니다. 힘겨웠지만 빛나는 우리의 투쟁의 시간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비정규직 없는 일터, 노동자가 현장에서 주인 주체가 되는 시간을 누리는 힘찬 응원입니다. : 마트에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있음을 보여 준 510일.
태어나 가장 길었던 시간. 가장 많이 울었던 510일. 가장 많이 웃고 가장 사람다운 사람들과 함께했던 510일. 찬 바닥에 박스를 깔고 자고 반찬 없는 식은 밥을 먹으면서 가장 당당하게 가장 인간답게 살았던 510일. 투쟁은 끝났어도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한은. : 여성노동자들 몇 분께 “이런 싸움을 다시 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을 때, 어떤 분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셨습니다. 회사와 공권력의 압박과 회유와 폭력으로 인한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부당함에 저항하여 내 목소리를 냈던 싸움이었습니다. 오롯이 내 삶의 주인이었던 시간이었기에 상처만큼이나 자부심도 컸던 싸움이었습니다. 인생이 투쟁 전과 투쟁 후로 나뉘어 다시는 투쟁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그 싸움의 주인공들에게 그 질문은 바보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510일의 시간 동안, 절망과 허탈과 무력감 속에서도 당당하던 노동자의 자존심과 빛나던 연대의 진면목을 확인하며 자주 코끝이 찡하고 관자놀이가 뻐근했습니다. : 510일은 세월 속에 흩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우리 여성노동자들의 마음속에 무한한 긍지로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책장을 넘기며 확인했습니다.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에도 그저 “네”라고 답하고, 이름이 아닌 ‘무슨 아줌마’로 불리며 사측의 억압에 쉽게 움츠러들던 ‘점원’은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우리는 아주 당당해!”,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하며, 함께 싸우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도 “우리 대신 고생해 준 동료들”이라고 품을 수 있는 존엄과 연대의 마음을 갖춘 ‘노동자’가 생겨났습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서울신문 2020년 11월 20일자 '책꽂이' - 한국일보 2020년 11월 20일자 '새책' - 한겨레 신문 2020년 1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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