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누가 사자의 방에 들어왔지?》와 《내가 여기에 있어》를 발표하자마자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한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가 2023년에 발표한 새 그림책 《봄은 또 오고》는 한 사람의 인생 속 여러 봄을 중첩시키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표현해낸 작품이다.
이 작가는 2017년 국내에 출간된 《리본》으로 보드북의 물성과 책에 쓰이는 가름끈 한 줄을 활용하여 매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봄은 또 오고》도 보드북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잘려 나간 부분과 구멍 난 부분을 통해 추억과 삶의 흔적을 환기시킨다. 책의 일부를 잘라 내고 구멍 낸 것이 텍스트 너머까지 이야기를 확장시켜 주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이 책은 70쪽으로 꽤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며, 내지가 보드북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인상은 매우 심플하다. 표지에 제목치고는 매우 작은 글자로 ‘봄은 또 오고’라고 쓰여 있고 그 밑에 더 작게 작가 이름이 들어가 있고 나머지는 라인으로 그린 아기 그림이 다다. 본문도 표지처럼 깔끔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왼쪽 페이지에만 그림이 있고 오른쪽 페이지는 흰 바탕에 텍스트만 있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색을 상당히 아껴 썼다. 왼쪽 페이지에는 솔리드한 바탕색이 있고 두 가지 색의 라인으로 그림을 그렸다. 바탕색은 노랑색, 보라색, 초록색, 주황색 계통으로 변주했고, 그림 라인은 보라색과 초록색만 사용했다. 매우 심플한 선과 색으로 표현했지만 다양한 타공(구멍)과 잘린 부분 등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풍성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판형, 제본, 표지, 날개, 띠지 등 본문 텍스트 외의 요소를 파라텍스트라고 하는데, 이 책은 본문 텍스트와 더불어 파라텍스트가 건네는 이야기에도 시선을 맞추게 한다. 잘려진 부분과 타공된 구멍 너머로 보이는 그림들 덕분에 작가가 그 속에 숨겨 둔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2001년 《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로 어린이 단행본 부문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새를 사랑한 새장》, 《행복한 학교》, 《안 잘래!》, 《안 먹을래!》 같은 그림책과 《사도 사우루스》, 《유명이와 무명이》,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용감한 리나》 같은 동화책과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그 녀석 덕분에》, 《그들이 떨어뜨린 것》 같은 청소년 소설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