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빈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전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현 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토마 피케티가 보여주는 불평등의 그림은 대단히 역동적이다. 다른 많은 학자들과 달리, 피케티는 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를 단순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양의 자료를 모아 과학의 엄밀성을 가지고, 그 우여곡절과 거기에서 생겨난 음모와 파렴치함과 한숨과 피눈물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전한다. 그래서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 각성과 행동을 촉구한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은 자본주의에서도 배제되었지만, 고상한 담론과 정체성 정치를 앞세운 ‘많이 배운’ 정치적 좌파에게서도 버림을 받은 상태이다. 우파든 좌파든, 우리에게 익숙한 ‘이데올로기’들은 그래서 더 이상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하지만 1천 페이지가 훌쩍 넘는 피케티의 원저를 읽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피케티의 메시지가 가장 절실한 우리 서민들일수록 더 원저를 읽고 이해할 시간과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책이 시원한 출구를 뚫어 준다. 이 책은 원저의 요약본이 아니다. 몇 세대에 걸쳐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재구성된 새로운 작품이다. 피케티의 방대한 이야기 속에 묻힐 뻔한 날카로운 혜안과 메시지를 진수 그대로 음미할 수 있는 기회이니, 그래서, 원저를 읽은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