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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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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일화로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 여섯 단어만 사용해 자신을 울릴 만한 소설을 써보라고 하자 헤밍웨이는 즉시 이렇게 썼다고 한다. “한 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 팝니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좋은 소설이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인물이 어떤 상태고 어떤 감정이라고 독자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독자가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돌입하고 인물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썼다. 이것이 ‘보여주기’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문학을 좋아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조언일 것이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이자 편집자인 샌드라 거스는 작가 혹은 예비 작가들이 이 글쓰기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알지만 자기 글에 적용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샌드라 거스가 지금까지 써온 숱한 베스트셀러와 편집해온 어마어마한 분량의 원고를 토대로 ‘말하기’와 ‘보여주기’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나아가 당장이라도 내 글을 고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수정 방법 및 글쓰기 훈련법을 소개한다. <묘사의 힘>은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말의 정의부터 시작해 왜 반드시 ‘보여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인물의 성격은 어떻게 드러내야 할까? 서스펜스는 어떻게 쌓아올리고, 대화에서 절대 쓰면 안 되는 말은 무엇일까? 형용사와 부사는 왜 빼는 게 좋을까?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정보는 어느 타이밍에 흘려 넣어야 효과적일까? 이 책을 곁에 두고 내 글을 한 문장, 한 문장 고쳐보자. 두근거리며 읽었던 나의 인생 소설처럼 내 글도 작품이 될 수 있다. 말하지 말고, 압도하라! 서문: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 소설가란, 필연적으로 작품 뒤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사람이다. 그 운명을 거부하고 작품 앞으로 나서는 순간, 소설은 소설가의 부록처럼 그 빛을 잃고 하나의 입장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소설가의 문장은 ‘말하기’보단 ‘보여주기’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문장을 대하는 소설가의 윤리다. 이 작은 책은 마치 소설 쓰기의 은밀한 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역시나 소설 쓰기의 태도다.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쓰기가 아닌, 독자와 함께 경험하고 감각하는 글쓰기, 주장을 밀고 나가는 글쓰기가 아닌,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는 글쓰기. 그래서 쓰는 자와 읽는 자 모두 감응할 수 있는 글쓰기의 맨투맨 프로그램. 이제 우리는 이 책을 옆에 두고 미뤄두었던 소설 쓰기를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두려운 건 없다. 다 쏟아낸 뒤 고치면 된다. 그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두 번째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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