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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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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인도 시인이었던 타고르에게 동양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시집 <기탄잘리>는 103편으로 된 산문시로 신, 고독, 사랑, 삶, 여행을 노래한다. 기탄잘리의 '기트(git)'는 노래이고, '안잘리(anjali)'는 두 손 모아 바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기탄잘리는 '노래의 바침'을 뜻한다.
이 시들은 원래 타고르의 모국어인 동인도 벵골어로 쓰였으나 그 자신이 영역해 런던에서 출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벵골어 시집 <기탄잘리>에서 53편, 그 전후에 발표한 시집 <바침>, <어린이>, <건너는 배>, <노래의 꽃목걸이>에서 타고르 자신이 50편을 선정해 한 권으로 엮었다. 영문판은 시에 제목 대신 번호를 붙였으나, 원래는 연작시가 아니라 각각 따로 쓰인 독립된 시이다. 영문판 <기탄잘리>는 영역이라기보다 영어로 쓴 새로운 작품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서양의 시인과 문인들은 타고르의 맑고 순수한 시 세계에 매료되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타고르를 서양에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예이츠는 "이 서정시들은 내 생애를 통틀어 오랫동안 꿈꾸었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타고르의 작품을 인도 전체의 영혼에 비교하기도 했다. 기탄잘리 : 나는 이 번역 원고를 여러 날 동안 가지고 다니며 기차 안에서도 읽고, 이층 버스의 위쪽 자리에서도 읽었으며, 식당에서도 읽었다. 또 내가 얼마나 감동하고 있는지 낯선 사람이 눈치 챌까 봐 두려워 가끔 그 원고를 덮어 놓아야 했다. : 나는 어떤 문학에서도 이처럼 엄숙하고 이처럼 아름다운 운율이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 나는 유럽의 정신과 아시아의 정신을 접근시킬 절실한 요구를 느낀다. 나는 타고르를 존경한다. 그분 안에서 두 정신의 조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 타고르 당신은 온화하고 자유분방한 당신의 사상을 온 세계에 전해 인류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 저명한 시인이자 작가인 류시화 시인이 구루데브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기탄잘리』 한국어 번역본을 마침내 출간하게 되어 기쁩니다. 새 시대를 위한 이 새로운 번역은 또한 서울에 있는 인도문화원을 통해 제공된 타고르의 사진, 그림들과 함께 위대한 시인의 삶과 시대에 대한 에세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새 시집을 보면 어떤 독자들은 질문할 것입니다. 한국에 이미 잘 알려진 인도 시인의 널리 번역된 작품인데 또 다른 번역이 필요한가? 이것에 대한 최고의 대답은 다음과 같은 반문일 것입니다. 한 번역을 다른 번역과 다르게 만드는 점은 무엇인가? 즉 번역의 진정한 기능은 무엇인가? 원본 작품에 담긴 정확한 의미를 가능한 한 가깝게 전달하는 문학적 접근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단어의 뜻과 운율을 문학적으로 전달하는 정서적 접근이 있습니다. 류 시인의 번역은 바로 후자의 번역입니다. 이 시집은 인도의 시성으로 불리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만의 언어와 은유, 진정한 그만의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시인이자 삶을 여행 중인 여행가 류시화만의 독특한 문학적 감각과 철학적 감성이 번역에 녹아 있습니다. 이것이 이 시집을 새로운 작품으로 만듭니다. 인도를 오랫동안 여행하고 인도의 사상과 문학을 깊이 이해해 온 류 시인의 독특한 삶과 공감력은 내게 이 시집이 분명 그 어떤 『기탄잘리』 번역보다 더 특별한 결실이라는 확신을 줍니다. 이 작품에서 독자들은 동방의 등불인 한국의 재출현을 예언했던 위대한 인도 시인뿐 아니라 한국어로 시를 쓰는 영적 계승자의 목소리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7년 12월 1일자 '문학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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