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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케루는 오랜 시간 만난 연인과 결혼이라는 결론에 다다르지 못하고 헤어졌다. 오랜 결혼 활동 끝에 결혼 정보 앱에서 착하고 성실한 마미를 만난다. 가케루는 마미와 결혼해야겠다는 확신은 없지만 결국 2년 동안의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다. 다니던 회사의 송별회 다음날, 마미는 약혼 반지를 비롯해 많은 것을 그대로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진다. 단서는 마미가 줄곧 말해 왔던 스토커의 존재. 가케루는 스토커가 있다는 마미의 고향 군마로 향해 마미를 둘러싼 사람들을 만나며 마미의 과거를 파헤친다.

1부
2부

첫문장
그녀는 밤 속을 달리고 있다.

수상 :2018년 일본 서점대상, 2016년 일본 서점대상, 2015년 일본 서점대상, 2012년 나오키상, 2011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최근작 :<이 여름에 별을 보다>,<사자 츠나구 2>,<사자 츠나구 1> … 총 150종 (모두보기)
소개 :
최근작 : … 총 52종 (모두보기)
소개 :

역자후기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워 온 가장 보편적인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삶일 것이다. 많이들 그렇게 하니까 으레 그래야 하는 줄 알고 다른 행복한 삶에는 곁눈질 한 번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남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 또한 그 삶을 손쉽게 이루어 낼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결혼은커녕 연애를 시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사카니와 마미는 삼십 대 중반의 여성으로, 결혼을 앞두고 직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어떤 일로 인해 자취를 감추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 니시자와 가케루는 실종된 마미를 찾아 군마와 도쿄를 오가며 고군분투한다. 마미의 가족과 직장 동료, 지인을 만나 과거 마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케루는 자신이 모르는 마미의 또 하나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부모의 과보호 아래 자라 온 마미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식은 부모를 전적으로 믿는다. 어렸을 때는 부모를 믿고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머리가 굵어지면서 부모에게 반항심을 갖고 남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의심을 하는 것이다. 마미의 언니인 노조미가 사춘기 때부터 제 목소리를 냈다면, 마미는 서른 중반에서야 제 소신을 갖는다. 심지어 본가를 나와 도쿄에서 홀로 살기로 결심했을 때조차 부모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서가 아닌, 자식이 자립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이야말로 효도라는 마음에서였다.

마미의 어머니인 요코는 자식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마미의 모든 인생에 직접 징검돌을 놓는다. 자식이 쉬운 길로만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자식이 몸소 겪어야 할 시행착오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걱정된다는 ‘무적의 말’로 딸의 선택을 믿어 주지 않음은 물론 선택할 기회조차 빼앗아 왔다. 마미가 전적으로 신뢰한 요코는 반대로 딸을 한 순간도 믿지 않은 것이다. 그런 마미가 과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도쿄에서 제 힘으로 직장을 잡고 생활을 하고 또 가케루를 만나 연애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마미는 그제야 조금씩 성장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울타리 안에서 ‘착한 아이’로 살아온 나날 또한 값진 인생이었을 테지만,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삶의 동반자로서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열어야 할 때인 것이다. 그 ‘때’가 남들보다 조금 늦어졌을 뿐, 마미의 인생에서는 조금도 늦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케루가 마미의 모든 것을 알고도 그녀를 기다린 이유에 대해 조금은 어리둥절해할 독자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미가 가케루와 연애를 하며 보여준 모습을 통해 가케루는 마음의 안식을 얻었고 그래서 마미를 오롯이 신뢰하고 의지하지 않았을까. 마미의 존재 그 자체가 가케루를 완전하게 해 주었던 것이다. 마미가 곁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잃고 나서야 비로소 마미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깨달은 것이다.

마미와 요코가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신뢰하는 관계였다면, 마미와 가케루는 서로 신뢰하는 관계인 것이다. 마미가 가케루를 신뢰한 만큼 가케루 또한 마미를 신뢰했다. 마미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마침내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마미와 가케루, 두 사람은 결혼 활동과 연애를 하면서 상대에게 점수를 매기고 지난번 상대와 비교를 하는 오만을 부리며 선량의 또 다른 이름인 ‘둔감함’과 ‘무지함’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 모든 과정을 각오하고 두 사람은 마침내 선택을 한다.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는 2011년에 결혼식장을 무대로 한 소설 『오늘은 만사 대길하게』를 출간했다(국내에는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오유리 옮김, 작가정신, 2012]). 그때만 해도 결혼이란 온 가족을 동원하여 두 집안의 축복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오만과 선량』을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결혼이란 두 사람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모가 어떻고 하는 것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결혼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결혼관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참고로 츠지무라 미즈키의 결혼관은 단편집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소미미디어, 2020) 중 「동기 나베의 신부」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 단편은 더 극단적이긴 하나, 주변에서 뭐라 하든 상관없이 두 사람의 의지만으로 이루어 낸 결혼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엄마, 어머니」를 통해서는 요코와 마미보다 더한 모녀 관계, 더 나아가서는 과연 바람직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오만과 선량』의 2부에 등장하는 사나에와 지카라 모자는 『파란 하늘과 도망치다』(블루홀식스, 2019)의 주인공이다. 두 사람 역시 커뮤니티 디자이너인 다니카와 요시노의 도움을 받는다.

2004년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제3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츠지무라 미즈키. 『오만과 선량』은 작가 생활 15주년을 기념하여 일본에서 2019년에 출간되었다. 츠지무라 미즈키는 작가로 살아온 15년 내내 즐거웠다고 한다. 매번 새로운 소설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편집자와 독자로부터 ‘이런 소설을 읽고 싶다’, ‘이런 소설은 츠지무라답지 않다’라는 의견을 들을 때면, ‘나다운지 아닌지는 내가 정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독자들이 ‘어두운 분위기의 이 소설은 블랙 츠지무라’, ‘밝은 분위기의 저 소설은 화이트 츠지무라’라고 말하며 어떤 소설이든 다 ‘츠지무라답다’고 받아들여 준다. 그리하여 이제는 어떤 소설을 쓰든 옛날처럼 두렵지 않다고 한다. 무엇이 츠지무라다운지는 독자가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독자를 신뢰하게 된 지금 츠지무라 미즈키는 자신이 정말 행복한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실패를 두려워 말고 앞으로도 높이 날아오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첫 소설을 번역한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최애 작가인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을 『오만과 선량』을 포함해 다섯 작품이나 번역했다. 원서를 읽고 난 뒤의 재미와 감동을 기획서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책으로 출간될 수 있도록 힘써 주신 출판 관계자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성덕으로서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과 좋은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