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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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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고예나 소설가가 새로운 역사소설 『경성 브라운』으로 돌아왔다. 고예나 소설가는 쉽고 빠르게 읽히는 문장과 유쾌하고 특색 있는 대사 등으로 현대인의 사랑과 생활을 그리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시대를 거슬러 1919년, 일제강점기 시대에 나라를 빼앗긴 청년들의 삶과 사랑을 『경성 브라운』을 통해 그려 보인다. 고예나 소설가는 유튜브 채널 <고 작가의 휴먼 레코드>를 통해 근현대사라는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인물들, 영웅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도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이다.
『경성 브라운』은 일제강점기 카페 ‘경성 브라운’의 여급 홍설과 혁명의 기회를 노리는 독립운동가 요한, 그러한 요한을 뒷받침하는 궁녀 출신 기생 명화, 친일파 이완용의 손자인 한량 미스터 리,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독립운동의 과정을 소설로 풀어냈다. 독자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물들 간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나라를 빼앗긴 당시 조선인들의 마음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100년 전, 일제에 핍박받던 조선인들의 생활만큼이나 생과 삶의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당시 청년들의 마음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그린다. 가면놀이 : 『경성 브라운』은 경쾌하게 시작한다. 산미가 살짝 도는 연한 커피에 비유해도 될까? 주인공 네 사람은 모두 젊고, 매력적이고, 요령이 좋으며, 어디 가서 말로 질 사람들이 아니다. 일제라는 상황이 그들의 머리 위를 짓누르고는 있으나 작가는 신문물이 주는 활기와 격동기의 에너지, 바로 그 순간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품었을 당대에 대한 평가와 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실존했던 역사 속 인물들이 픽션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논쟁을 벌인다. 초반 몇몇 장면들은 꽤 유쾌하기까지 하다. 소설은 독자들을 그렇게 끌어들인 뒤에야 네 남녀의 어두운 사연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휘말리게 되는 두 가지 음모를 풀어놓는다. 이야기는 얽히고 꼬이고 흥미진진해지면서 점점 무거워진다. 실제 역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아는데도 결말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들도, 독자들도 어려운 질문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필로그에서는 어떤 커피 향보다 진한 여운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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