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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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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이면서 진보적인 k-punk라는 문화비평 블로그로 2000년대 초반부터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던 마크 피셔는 2009년 첫 저작물이자 대표작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통해 문화 이론가로서 독자적 입지를 다지게 된다. 피셔의 2017년작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그가 항상 주목해왔던 장르문화와 인간의 본질을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파헤친 독특한 문화 비평서이다.
피셔는 (아마도 그가 가장 열렬한 애정을 가진 듯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대한 심오한 분석에서 시작하여 H. G. 웰스, 필립 K. 딕, 데이비드 린치, 더 폴, 대프니 듀 모리에, 마거릿 애트우드, 조앤 린제이 등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전설이 된 장르 작가를 비롯, 포스트 록그룹까지 그들의 작품을 특별한 시각으로 해체, 분석한다. 그러나 사실 이 각각의 에세이는 모두 '기이함'과 '으스스함' 그리고 이를 통합하는 보다 고차원의 거대 담론으로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저술가 유진 태커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리뷰에서 "알 수 있는 것의 한계, 느낄 수 있는 것의 한계, 성취될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이 책의 주요한 주제"라고 언급했다. 피셔는 책 속에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우주적 공포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자아와 세계의 일상적 관계와도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이는 피셔의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급진적 계몽주의까지 나아가는데, 바로 "인류가 세계 역사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가 흐릿하게 직감할 뿐인 물리적 법칙의 결과에 불과하다면?"이라는 질문을 통해서이다. 러브크래프트의 모든 작품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 데이비드 린치의 최근 영화들이 그에 대한 예시로 언급된다. 서문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운하임리히 저 너머)
: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다채로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문화적 미학에 대해 세심하게 풀어낸 짧은 연구서이다. 피셔가 제시하는 다방면의 사례들은 뱀파이어, 좀비, 악마라는 친숙한 진용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그는 인간 지식의 한계, 공포의 다양한 형태, 모든 경계들의 모호함 등 호러 장르의 주요 주제들을 곧장 지적한다. 그의 단순한 개념적 구분은 이내 반전되고, 치환되고, 복잡해지면서 궁극적으로는 어떤 기괴하고 이질적이며 비인간적인 ‘저 너머’의 개념을 거부한다. 피셔에게 비인간적인 것은 인간 자체에 내재된 것에 가까운 것이다. : 마크 피셔의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은 음울하고 어려운 것들에 관해 알기 쉽게 쓰는, 그리고 틈과 지하, 간과되었던 것에 대한 어휘를 찾아내는 드문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빅토리아 시대 묘지에서 볼 수 있는 무너진 기둥 중 하나로, 갑작스럽고 너무 빨리 떠나 버린 삶과 업적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비평가들이 피셔가 이 책에서 이론화한 으스스한 것을 습득하여 이렇게 전율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장을 활짝 여는 작업을 계속해 주기를 바란다. : 마크 피셔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서 자본주의와 외부 세계 사이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가장 정치적인 관찰까지 제시한다. 짧게 언급되긴 하지만 피셔는 자본에 으스스함이 내재되어 있다고 관찰한다. “무(無)에서 나왔음에도 자본은 소위 그 어떤 실재하는 개체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자본을 인간에 대한 위협으로 구조화하면서, 피셔는 그의 비평이 궁극적으로 존재론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 사회적 안녕과 관련이 있음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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