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진희(반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저자, ‘다른몸들’ 대표) : 돌봄은 사랑, 헌신, 배려, 선의 같은 말로 아름답게 짓눌려져 있다. 그래서 토론, 비판, 성찰의 틈이 없는 돌봄은 위험하다. 저자는 다양한 인지저하증을 겪는 노인들과 동기화·거리두기를 분열적으로 오가며 계속 틈새를 만든다. 나는 그 틈새를 통해 보호가 일방적 통제로 미끄러지지 않고, 자율성이 안전을 위해 함부로 훼손되지 않으며, 생명의 고귀함을 지키려는 노력이 억압적 연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돌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지저하증은 우리 모두의 현재이자 미래이지만, 인지저하증과 함께 사는 방법을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저자가 수많은 노인들과 일상을 함께하며 돌봄에 몸을 기울이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씩 그 길이 보일 것 같다.
홍은전 (작가, 인권동물권기록활동가, 《그냥, 사람》《나는 동물》 저자) : 노인요양시설에 입사한 스물세 살 무라세 다카오는 집에 가야 한다고 간청하는 노인을 따라 그의 집에 가게 되고 거기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광경을 맞닥뜨린다. 돌보는 이들을 괴롭게 했을 노인의 끈질긴 요구가 지극히 정당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짧고 강렬한 도입부를 읽고 나는 저자에게 마음을 내주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만난 노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역사와 ‘그 사람다움’뿐만 아니라 돌보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붕괴와 재생의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이론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현장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세밀하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 굉장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가진 노화와 인지저하증에 관한 오래된 편견을 뿌리째 흔들어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