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의 도도한 미래, 도트 시리즈 첫 작품. 문윤성 SF 문학상 수상작가 이경의 첫 중편 소설. 인적을 찾기 어렵고 달도 없는 한밤중 강원도 두메산골의 한적한 국도, 이웃집 손자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는 중인 글로벌 택배 회사 ‘웨스턴’의 택배원 귀자. 귀자 앞에 갑자기 허연 북극곰이 나타났다. 북극곰으로도 모자라 이번에는 ‘워보이’까지 등장해 귀자를 습격한다.
01 달 없는 밤 ___ 9
02 웨스턴의 노인 택배원 ___ 26
03 검은 굴 앞에 선 것은 ___ 41
04 마리아의 은총으로 ___ 65
05 “Detour, 돌아가는 길” ___ 106
06 7번 국도 ___ 109
07 괴물 마차, 톰 고든 ___ 145
08 동틀 녘에 뜨는 달 ___ 168
작가의 말 185
이경 (지은이)의 말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영웅을 만나는 법이라 믿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심한 운명이라도 우리 삶에 영웅 하나쯤은 던져주게 마련이며, 그렇다면 세상의 격랑이 일어날 때 그들도 출세(出世)하기 마련입니다. 그건 타인의 안에 살고 있는 영웅일 수도, 또는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살고 있던 영웅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때 일어나는 그들을 우리가 알아보느냐가 관건이라고 믿습니다.
‘귀자’는 지극히 사적인 영웅인 제 외할머니의 이름으로부터 시작해 자기만의 별자리를 탄생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귀자’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별자리지만 말입니다.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지금, ‘귀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데서 출발한 《웨스턴 익스프레스 실버 딜리버리》는 저와 무관한 속도와 방향을 지니고 완전히 자유롭게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러니 이제 ‘모든 중요한 일’이 다 지나가버렸음을 아는 저는 그저 여기 앉아 부디 이 소설이,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실 분들께 무사히 닿기를, 기왕이면 무사한 데 더하여 많이 많이, 아주 많이(!) 닿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귀자’를 본받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즐겁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다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