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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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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한 아이의 비극으로 시작된다. 누가 죽은 제갈윤의 편지를 퍼뜨렸는지, 이 폭로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건지 아무것도 풀리지 않은 채 미스터리하게 흘러가는 편지 사건과 남은 자들의 이야기는 줄곧 담담하고 서늘한 문장으로 묘사된다. 한 사람이 떠나갔음에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짓으로 변명하기 급급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제갈윤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거나 알아채고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외면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우리의 모습을 닮았다.
그러나 김하연 작가가 가진 글의 힘은 ‘사람에 대한 믿음’에서 우러난다. 극의 긴장감을 끌어내는 건조한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이 지녀야 할 사랑과 다정함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비정하고 씁쓸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도 ‘포기하고 싶은 오늘을 버티게 하는 건 그저 약간의 다정함’이라는 희망을 목격하게 된다. : 이야기가 팽팽하다. 문장과 문장은 긴장과 긴장으로 연결된다. 한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남은 자들의 진술, 정교한 퍼즐 조각을 맞춰가듯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죽음으로 치닫게 된 도미노의 가장 끝에는 어떤 조각이 있을까? 읽는 내내 유추하게 하는 힘이 있다.
독자는 죽은 윤의 대리자가 되어 죽음을 둘러싼 산 자들의 싸늘한 이기심을 목도한다. ‘나’는 책임이 없다고 ‘나’는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누구도 윤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스스로 고백한다. 죽음은 산 자의 몫이라는 말이 자명해진다. 맞물린 관계는 서서히 드러나고 그렇게 진실에 다가간다. 작가는 사람이라면 양심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를 끝끝내 저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은 오늘을 견디게 하는 건 약간의 다정함’이라는 걸 잊지 말자고 말한다. 그게 못다 하고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예의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나눠야 할 최소한의 미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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