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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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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타이피스트에서 새롭게 <타이피스트 시인선>을 시작한다. 시리즈의 첫 권으로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평론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권혁웅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되었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삶의 세목을 짚어 내는 시편들로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2013, 창비) 이후 만 10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는 철학과 역사를 기반으로 일상의 숨겨진 사유를 보여 주며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시인만의 전집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능청스러운 해학과 날카로운 인식은 권혁웅 시인의 전매특허이다. 특히 시집 『세계문학전집』에서는 이전 시집에서 보여 줬던 삶의 현장을 조망하는 시선에 더해 다채로운 문학 전집 속 인물들이 기존의 이야기들을 뒤엎으며 또 다른 소재로서 등장한다. 시집의 제목처럼 모든 이야기 속 3인칭들이 권혁웅의 문장을 통과하며 시가 되고 현실의 삶이 되어, 시대를 뛰어넘는 “세계문학전집”이 태어났다. : 상상의 박물지에서 꺼내 놓은 듯한 온갖 사물과 사실이 천변만화하는 풍경이 여기 펼쳐져 있다. 시인은 오래된 기억과 다채로운 지식을 부르고 답이 안 나오는 현실의 갈피들을 모아서, 우의와 패러디와 말놀이로 버무린다. 그리고 재미나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끝없이 엮어 나간다. 그 이야기들은 슬픈 비꼼과 쓸쓸한 연민을 머금고 있는데, 어른의 속내를 펼쳐 보이는 바쁜 행간들에 언제나 호기심 많은 아이의 발랄한 목소리가 비치는 것이 나는 신기하다. 이 목소리에 세계와 인간에 대한 시인만의 염려와 사랑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 박학다식이, 진심뿐인 농담이, 통찰투성이의 놀이가, 변화무쌍 흥미진진 여유만만의 기발한 편집이, 바글바글 온갖 것들이 시가 된다. 실은, 이미 시다. 권혁웅이 잘(못) 정한 제목처럼 ‘세계문학전집’이다. 실은, 문학도 한 항목에 불과한 ‘세계전집’이다. 누구든 무엇이든 평등하게 삼인칭으로 존재하는 전집의 세계 혹은 세계라는 전집.
세계-전집을 통째로 재구성하고 총정리하면서 권혁웅은 말한다. “차마 옮길 수가 없”는 “더한 얘기가 많”(「거울에 관한 명상」)다고. 시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권혁웅이니까 쓸 수 있는 시, 권혁웅만이 쓸 수 있는 시를 읽으며 우리는 권혁웅조차 결코 끝낼 수 없는 ‘시’를 만난다. 다음은 그가 덧붙여 둔 일러두기. “이의 있으면 아아, 해봐 아하! 해봐”(「배달의 민족」).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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