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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에 글을 쓰기 시작해 70대에 작가가 되어 출판계에 ‘할머니 파워’를 선보였던 전순예 작가가 <강원도의 맛> <내가 사랑한 동물들>에 이어 세 번째 에세이를 펴냈다. 앞의 책들이 그리운 옛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았다면, 이 책은 먹고살기 위해 1970~1990년대 물건을 사고팔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강원도 평창과 영월에서 문구점과 서점을 운영하며 책과 학용품 등을 팔았고 부업으로 신문지국과 주산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틈틈이 여기저기서 생긴 사과와 배추와 더덕을 팔고, 초등학교 운동회날 운동장 바닥에서 장난감을 팔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 셋을 돌보고 집안 살림을 했다. 1980년대 서울에 올라와 세제 방문 판매를 시작으로 빵 배달을 하고 압력솥과 분쇄기, 주방기구를 판매했다.

물건을 파는 일은 때론 체면을 구기고 모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가족을 위해 길가에 피는 민들레처럼 버텨냈다. 돈 버는 일은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어디에나 좋은 사람은 있어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돈 버는 일이 늘 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슬픔만큼 기쁨 또한 존재했다.

일하며 얻는 보람, 노하우에 대한 자부심, 함께 일하는 여성들과 나누는 동료애 같은 것들. 작가는 세일즈 우먼으로 겪은 기쁨과 슬픔을, 밥벌이의 치열함과 숭고함을 진솔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담아냈다. 빛나는 인생은 아닐지라도 자기 앞의 생을 소중하게 살아낸 사람의 자긍심이 고단한 현생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1970~1990년대의 사회상과 여성 노동의 현실을 엿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이다.

장강명 (소설가, 《미세 좌절의 시대》 저자)
: 가장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때론 두드리면 문이 열렸고
초라한 자신을 일으켜 세운 건 스스로의 용기였다


전순예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꾸밈없는 문장에 실린 그 많은 경험과 생각들, 감
정들에 경탄한다. 생명에 대한 애정, 고통을 이기고 껴안는 힘, 반듯한 삶의 의지,
겸손함과 너그러움을 존경한다. 『강원도의 맛』과 『내가 사랑한 동물들』에서 산골
의 인심과 풍경, 함께 살았던 동물과의 사연을 전했던 작가는 이제 좀 더 무겁고
알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건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작가가 20여 년 동안 판매한 물건은 이러하다. 문구, 장난감, 풍선, 사과, 배추, 빵,
책, 크리스마스카드, 물비누, 더덕, 분쇄기, 냄비 세트, 압력솥. 주산학원과 신문
배달지국도 운영한다. 이 물품과 서비스들을 가게에서 팔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서 팔고,
5일장에서 팔고, 상가를 돌아다니며 팔고, 남의 사무실에서 팔고, 남의
공장에서 팔고, 남의 집에서 팔고,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며 판다. 기쁜 일, 슬픈
일, 서러운 일, 억울한 일을 겪고, 때로 체면과 건강을 물품 대금과 맞바꾸게도 된
다. 그러나 그가 절대 팔지 않는 것도 있다. 선량함, 정직함, 가족, 자기 신념.
팔아야 하는 것을 정직하게 팔고, 팔지 않아야 하는 것을 반듯하게 지키는 치열한
삶의 기록을 읽으며 숙연해졌다. 전순예 작가를 더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돈
벌기 쉽지 않고, 가장의 어깨는 무거우며,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두드리면
때로 문이 열렸고, 자신이 초라하다 여겨질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구의 응원도
아닌 스스로의 용기였다. 그 오랜 교훈들을 이렇게 진실하게 전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중앙SUNDAY 2023년 5월 13일자 '책꽂이'
 - 서울신문 2023년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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