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세상 일이 하도 섭하고 억울해서 세상의 반대쪽으로 돌아앉고 싶을 때'(<세상 일이 하도 섭해서>, 나태주), '나같은 인간은 맞아 죽어도 싸지만 어떻게 좀 안 되겠느냐고 묻고 싶을 때'(<새점을 치며>, 정호승) …….
그럴 때는 시를 읽는다. 시는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빛처럼, 삶의 틈 사이로 찾아드는 작은 기쁨과 위안을 놓치지 않고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시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어설픈 욕망을 이해해 주고,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았던 모멸감을 달래 주며, 인정받기 위해 기를 쓰는 우리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래서 시를 읽는 한 삶은 결코 뻔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시가 선물하는 순간의 반짝임을 담아 가는 만큼 삶은 나아지고 충만해질 것이므로.
이 책은 '아 힘들다' 소리가 나올 때마다 어떤 시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힘을 내곤 했던 30년 경력의 출판 에디터가 고른 101편의 시를 담고 있다. 삶의 고단함이야 서로 뻔히 아는 것. 나는 이렇게 살아왔노라 대신 나는 이런 시를 읽어 왔다고 고백한다면 더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저마다 품은 가슴속 시를 함께 나누면서 서로의 어깨를 가만 두드려 주기를 기대하며 그는 묻는다.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고 있는 시는 무엇인가요?"
30년간 글을 쓰고 책을 만든 출판 에디터. 월간 〈좋은생각〉, 〈좋은친구〉, 〈행복한동행〉, 〈문학사상〉 등의 잡지와 단행본을 두루 만들었다. 직접 쓴 책으로는 2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가 있으며 세계적인 심리학자 타라 브랙이 쓴 《자기 돌봄》에 엮은이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