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이제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뉴욕대학교에서 분자생물물리학을 연구하는 조지프 오스먼슨은 이 책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에서 헤르페스, 광견병, HIV, 코로나-19 등 현재까지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온 친숙한 바이러스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진실을 파헤친다.
바이러스는 지구상에 어떤 생명체보다도 흔하게 또 오래 존재해온, 보이지 않는 존재다. 이들은 다른 세포(이를테면 우리 인간의 세포)에 부착해야만 생명체의 필수조건인 자기복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생명체는 아니지만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스스로를 복제해내는 놀라운 존재다. 한편 성격이 모두 제각각이라 한 가지 일반적인 속성으로 정의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생활과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바이러스를 인간은 어떻게 인식하는가? 인류를 몰살하는 치명적인 것(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바이러스는 극히 드물다), 인간을 좀비로 만들어 정신을 빼앗고 육체를 장악하는 것, ‘외부’에서 은밀하고 조용하게 우리 몸에 침입하는 것, 최근에는 ‘바이럴 타기’로 순식간에 유명세와 돈을 얻고자 하는 욕망까지……. 오스먼슨은 자신이 읽어낸 이러한 바이러스의 은유들이 사실과 무관한 공포를 자아내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것들을 단호히 끊어내라 주문한다.
그리고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잡종’이라고, 바이러스와의 공존은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삶의 조건이라고 역설한다. 바이러스를 싸워 없애야 할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이 바이러스로 가득한 행성에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생명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기며 서로를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한다.
1 위험에 관하여 … 11
2 복제에 관하여 … 27
3 바이러스의 의미에 관하여 … 61
4 개인적 글쓰기에 관하여 … 109
5 HIV와 트루바다에 관하여 … 207
6 전쟁에 관하여(패트릭 네이선과 공저) … 23
7 멘토에 관하여 … 269
8 백인성에 관하여 … 289
9 액티비즘과 아카이브에 관하여 … 339
10 종식에 관하여 … 407
11 진화에 관하여 … 451
: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장난기와 진지함이 모두 들어 있는 놀라운 책이다. 바이러스가 우리와 어떻게 함께 사는지를 모두에게 보여준다. 퀴어 이론을 바탕으로 조지프 오스먼슨은 욕망과 소망, 고통과 불안의 한복판에서 ‘보살핌’을 이해의 방법으로 제시한다. 바이러스가 지배하는 세상은 삶과 죽음의 평범한 세상이자, 서로가 서로의 취약성과 존속성 안에서 함께 돌보는 보통의 세상이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바이러스 과학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한편, 팬데믹 시대에 길을 잃고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돌봄의 참 의미를 제공한다. 아울러 이 책은 최고의 퀴어 교육학 책이기도 하다.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완벽하게 지적이며, 신중함과 열정으로 다시금 서로 가까워지게 배려하는, 긴급한 지식들로 가득 차 있다.
: 오스먼슨은 과학을 쿨하고 심지어 급진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선생님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글을 써내려간다. 그의 사유는 다방면에 걸쳐 있고, 질문은 계속해서 다른 질문을 부른다. 그의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고 다룬다. ‘어떻게 백인은 백인성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퍼트리기를 멈출 것인가? 어떻게 자본주의는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는가? 진화가 본질적으로 퀴어한가? 종종 까다롭기도 한 그의 도약과 선회를 따라가는 과정은 기민히 작동하는 정신과 협업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그 자체로 값진 경험이다.
: 조지프 오스먼슨의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나를 바이러스 성애자로 만들었다. 진심이다. 이 책은 퀴어 이론을 이용해 바이러스 과학을 가르쳐주는 역작이며,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악랄한 작은 피조물과는 거리가 멀고 실은 매혹적인 ‘거의 생명체(almost-life form)’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우리가 바이러스로 가득한 세계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사고틀을 교정하고 우리가 과학 및 과학적 현상과 맺는 관계가 언제나 사회적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 조지프 오스먼슨의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우리가 지구에서 가장 수가 않은 생명 형태와 맺는 관계—우리가 바이러스와 어떻게 살아가는가, 바이러스는 어떻게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살아가는가—를 예리하게 관찰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회피와 노출, 안전과 위험, 자아의 보존과, 진화 및 변화를 향한 개방성 사이의 긴장을 매혹적으로 고찰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를 위한 극약처방이다.
: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에 실린 에세이들은 감동적인 것 이상이다. 고도로 숙련된 작가의 노련한 손길로 완성된, 날이 서 있으면서도 사려 깊은, 정밀한 작품이다. 조지프 오스먼슨은 우리에게 이 탁월한 저작과 더불어 소중한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인간성에 대한 존경이며, 생명에 대한 예찬이다.
: 우리에게 HIV/AIDS 액티비즘의 유산, 변종 코로나의 장기적 여파, 길어진 팬데믹이 권력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같은 주제를 종횡무진하며, 현실과 은유의 교차에 대해 우아함과 통찰력을 갖고 쓸 수 있는 현역 바이러스학자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우리 시대의 걸작이다.
: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은 문화 비평의 전범으로서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과 오드리 로드의 《암 일지(The Cancer Journals)》와 나란히 평가받을 것이다. 재기 넘치는 산문, 반짝거리는 통찰, 명징한 사고, 일부 어려운 주제들을 다가가기 쉽게 풀어쓴 문장들은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을 필독서로 자리매김한다. 올해 최고의 과학·의료 도서다.
뉴욕에 거주하는 과학자이자 작가. 록펠러대학교에서 분자 생물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는 미국암협회의 지원을 받아 〈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등 주요 생물학 학술지에 게재되었으며, 현재 뉴욕대학교 생물학과 임상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애틀랜틱〉 〈타임 매거진〉 〈빌리지 보이스〉 〈뉴욕 리뷰 오브 북스〉 〈가우커〉 〈케니언 리뷰〉 〈럼퍼스〉 〈람다문학 리뷰〉 〈페미니스트 와이어〉 등의 다양한 매체에 과학과 퀴어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번역하고자 노력하는 과학 전문 번역가이다. 옮긴 책으로는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10퍼센트 인간』, 『이토록 멋진 곤충』, 『암컷들』, 『파브르 식물기』, 『시간의 지배자』, 『돌파의 시간』, 『대화의 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