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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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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학자인 이 책의 저자 제라르 드니조는 “파리 시내 건물 지붕들이 이 도시만의 표정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파리는 그림』에서 반 고흐의 작품은 물론 귀스타브 카유보트, 펠릭스 브라르, 샤를 에밀 퀴쟁 등 100여 년 전의 작품으로 안내한 파리 지붕 풍경은 지금 봐도 건재하다. 파리를 산책할 때 느껴지는 시적이며 약간은 우수 어린 정취는 여기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붕 풍경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노트르담이나 루브르의 화려함이 아닌 평범한 주거 건물의 소박함임을 파리지엥 저자는 정확하고도 재치 있게 지적한다.
『파리는 그림』은 지난 200년간 회화의 세계 수도로 자리잡은 파리를 화가의 시점으로 안내한다. 그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파리의 노트르담』과 『레 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는 “방황하는 자가 인간이라면, 산책(flaneur)하는 자는 파리지엥”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파리를 걸어 본 사람은 그 뜻을 이해한다. 파리는 에펠탑을 향해, 모나리자를 향해, 명품 쇼핑을 위해 거침없이 직진하는 것으로 충분한 도시가 아닐 것이다. 오늘은 한가로운 산책자가 되어 『파리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반 고흐, 모네, 샤갈, 르누아르… 그들이 이 도시를 사랑하고 작품을 남기던 그 시대의 거리를 걸어 보자. 파리는 수많은 명화를 낳은 도시이자 그 그림들로 인해 오늘의 의미와 상징을 얻게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 아, 파리는 어쩌면 이토록 늘 같은 모습인가. 한편으로는 인상파 화가들이 캔버스를 들고 밖으로 나와 기존의 아카데미에 반박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에밀 졸라가 생라자르역 기관차 증기를 가리키며 “저곳이 오늘 우리가 그려야 할 그림”이라고 말했던 이유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근대를 맞이한 파리의 역동적인 변화들을 미학적 파격 없이는 그려 낼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금은 고전이 된 인상주의 작품들에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감동이 있다. 크고 작은 삶의 파고로 잠 못 드는 밤이 찾아올 때, 이제 나는 조용히 일어나 불을 켜고 이 책을 펼칠 것이다. 100여 년 전 인상파 화가들이 그려 낸 빛과 시간의 변화 속 파리의 찰나들을,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풍경들을 넘기다 보면, 세월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니까. 다시 또 이렇게 100년이 흐르면 무엇이 남아 있게 될까, 생각하며 책을 덮고 나면, 남은 밤은 조금 가볍고 평화로울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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