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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1)

사랑 얘기며, 동시에 한계 상황에 지배받는 인간의 얘기이다. 신과 인간, 성과 속, 초월과 욕망이라는 대립항 속에서 세속의 무게를 뛰어넘고자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노력이 사랑을 통해 어떤 식으로 굴절되어 나타나 성취 혹은 좌절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인간이면서 인간 밖에 서 있어야 하는, 그러나 결국은 인간일 수밖에 없었던 한 슬픈 상(像)에 관한 이야기다.

작은 바닷가 소읍에서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던 헌수(다두 신부)와 윤오는 성년이 되어 인근의 소도시에서 재회한다. 한 사람은 신부(神父)로 또 한 사람은 교사(敎師)가 되어 만났지만 자라온 환경과 기질이 달랐던 탓에 처음엔 친해지지 못하고 겉돈다. 그러다가 송헌수 신부가 음악교사인 함윤오에게 성가대 지휘를 부탁하는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렇게 1년여를 지낸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송헌수 신부가 새벽 미사를 펑크 내고 잠적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일은 미궁에 빠진 채 새 신부를 맞으며 종결되지만 윤오에겐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는다.
빈농의 가정에서 무식하고 괴팍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헌수는 일찌감치 신부가 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신부로의 길은 잠시 주춤하나 아버지의 죽음으로 헌수는 사제가 된다.
그러나 사제가 되고나서 치러야 할 고통은 더 컸다. 사제가 되면 인간적인 고역에서 놓여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체된 삶과 금기된 생활 속에서 사제의 본분만을 강요할 뿐 헌수가 추구하던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인간 속에 풍덩 빠져버림으로써 초월에 이르고자 하나 번번이 인간적인 면에 지배만 받을 뿐 이를 뛰어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그럴 때마다 신에게 의탁해보지만 하느님 역시 그 해답을 쉽게 주지 않는다.
헌수가 사제가 되고나서 맨 처음 정면으로 부딪쳐야 했던 문제는 여자였다. 처음엔 신부라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애써 그 감정의 정체를 외면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그 정체가 사랑이라는 걸 알고 빠져나오려 하나 이미 금지된 구역 안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은 후라 인간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쉬 헤어나질 못한다.
그때 때를 같이하여 헌수의 친구 윤오 역시 헌수가 사랑하고 있는 보나를 사랑하게 된다. 성가대에서 보나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린 윤오는 그녀의 사랑만을 갈망하나 윤오의 사랑은 보나에게 가 닿기도 전에 번번이 상처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온다. 보나의 가슴엔 이미 송헌수 신부가 가득 차있어 윤오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정으로 시작된 헌수와 윤오와 보나의 삼각 구도는 그 위에 사랑이라는 옷을 한 겹 더 껴입음으로써 미묘한 관계로 얽힌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금기된 법규, 정당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데서 오는 죄책감, 틀을 지키려는 자아, 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쉽사리 표현되지 못하고 혼자만의 내분 속에서만 끝없이 소용돌이친다.
그러던 어느 날, 만취한 헌수가 보나의 집을 윤오의 집으로 잘못 알고 찾아가 그곳에서 밤을 보내게 됨으로써 세 사람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헌수는 만취한 상태에서 무의식중에 벌어진 일이라 일의 진위여부를 몰랐으나 보나가 잠적하고, 그녀의 잠적 사유가 임신 때문이며, 그 임신이 헌수 자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 헌수는 지옥과 같은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이미 현실은 엎질러진 물이 되...

최근작 :<매우 불편한 관계>,<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불면 클리닉>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강릉 출생. 숙명여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2011년 진주가을문예에 「우리 염소」가, 201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깊은 숨」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2016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소설집 『불면 클리닉』, 장편소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니』 발간.

황혜련 (지은이)의 말
처음 이 소설을 구상할 때는 사제의 인간적 고뇌에 대해서 쓸 생각이었다. 그러다 차츰 한계에 부딪혔다. 내가 안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기는 한가.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소설이니까 작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발상은 안 통했다. 버리기 시작했다. 검증 안 된 종교적 견해와 다소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인공의 가정사, 그리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주인공의 고뇌를 최소화시켰다. 그러고나니 사랑이 남았다. 그래, 사랑만 하자. 사랑만 하기에도 얼마나 벅찬가. 그러나 그도 쉽지는 않았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진짜 사랑이 아닐 수도 있으며 왜곡된 사랑조차 사랑이라는 말로 덮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모호함 속에서 정의를 내리는 일이 어려워질 때마다 나는 원고를 줄여나갔다. 자꾸만 줄이다 보니 원고의 반이 훌러덩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