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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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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는 최진영이었다. 2006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10년 첫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지 10여 년. 지독한 비관의 세계에서 시작한 그는 “등단 이후 10여 년간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걸어온 작가의 작품 세계가 마침내 새로운 경지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눈이 부시다”(소설가 윤대녕)라는 평을 받기에 이른다.

불멸하는 사랑의 가치를 탁월하게 담아낸 《구의 증명》, 정체 모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덮은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내밀한 의식과 현실을 정면으로 주파한 《이제야 언니에게》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거침없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그만의 세계를 공고히 했다.

상실을 경험한 여성, 학대 가정에서 자라난 소녀, 비정규직 청년 등 폭력과 고통의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따스한 진심을 담으려 한 그의 이야기는 내내 주목받고 신뢰받았다. 그럼에도 어떠한 동요 없이 어떠한 소비 없이 묵묵히 쓰기를 계속해온 작가. “쓰다 보면 견딜 수 있다”라는 그의 말은 “최진영은 끝까지 우리 삶의 전부를 써낼 것이다”(소설가 황현진)라는 말로 통한다.

이런 그가 2년여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 《단 한 사람》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 사는 생물,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생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다.

프롤로그_나무로부터
일어났으나 일어날 수 없는 일
증명할 수 없으나 존재하는 것
평범한 한 명들
완전한 사람
에필로그_목화의 일

작가의 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3년 9월 22일자 '책&생각'
 - 국민일보 2023년 9월 21일자 '200자 읽기'
 - 경향신문 2023년 9월 22일자 '새책'

수상 :2023년 이상문학상, 2020년 만해문학상, 2020년 백신애문학상, 2020년 김용익소설문학상, 2014년 신동엽문학상, 2010년 한겨레문학상
최근작 :<내가 되는 꿈 (리커버)>,<어떤 비밀>,<[북토크] 최진영 <쓰게 될 것> 북토크> … 총 102종 (모두보기)
인터뷰 :<이제야 언니에게> 출간, 최진영 작가 인터뷰 - 2019.10.21
소개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원도』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쓰게 될 것』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진영 (지은이)의 말
열일곱 살부터 나에게는 나무 친구가 있었습니다. 첫 친구는 다른 가로수보다 줄기는 가늘고 키가 작았던 은행나무. 학교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릴 때마다 그 나무 옆에 서서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넸어요. 보통 시시한 이야기였지만 때로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털어놓기도했습니다. 집에서 식물 영양제를 가지고 나와 밑동에 꽂아주기도 했습니다. 그 나무는 잘 있을까요. 사람이 뽑거나 베어내지 않았다면 아마 키가 많이 자랐겠지요.
나무 친구는 학교에도 있었습니다. 교실 창과 복도 창에서 각각 볼 수 있었던 나무들. 꽤 멀리 있는 그들에게도 매일 마음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바람이 불어 나뭇잎끼리 부딪치는 모양은 마치 손뼉을 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때 그들에게 건넨 말이란 대개 슬프거나 속상한 내용이었고, 그들은 나를 향해 힘껏 박수를 보냈습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도 자주 오가는 산책길이나 버스정류장, 주기적으로 들르는 장소마다 나무 친구를 두었습니다. 눈길이 머무는 나무는 늘 있었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무는 늘 거기 있으니까요. 내 얘기만 하는 게 미안해서 가끔은 물었습니다. 넌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어? 여기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 있어? 어떤 풍경을 가장 좋아해? 물론 나무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나무의 나이가 궁금해서 줄기나 수관을 유심히 살펴본 적도 있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제주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매일 저녁 산책을 했습니다. 친구를 만날 수밖에 없었지요. 당시 산책길에 팽나무(제주에서는 ‘폭낭’ 또는 ‘퐁낭’이라고 부릅니다)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나무 근처에는 사람이 만든 안내판이 있었고, 나무들의 수령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령은 대개 300년이 넘었습니다. 300년 동안 나무는 그곳에서…… 다 봤을 겁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악행을, 나약함을, 순수함을, 서로를 돕고 아끼는 모습을, 사랑하고 기도하다 어느 날 문득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삶을.

이 소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영주와 서울, 대전과 천안의 나무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요.
나무를 알고 싶어서 이런저런 책과 인터넷 정보를 찾아 봤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무를 모릅니다. 나무를 보면서도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생각했습니다. 생각할수록 어둡고 축축해져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계속해서 땅을 파는 기분이었습니다. 줄기처럼, 잎처럼, 햇살을 받으며 하늘 높이 오르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러나 뿌리처럼 더욱 깊은 곳으로 나아가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매일 글을 썼습니다.

10여 년간 붙들고 지낸 여러 질문이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쓴 문장과 단어가 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질문을 이해했을 뿐입니다. 내가 계속 묻던 것은 알고 싶지 않은 것이었어요. 모른 채 살고 싶은 것. 답을 알게 될까 두렵습니다. 풀지 못한 문제로 남겨두고 다른 질문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다른 질문. 그것이 가능할까요. 가까스로 사람에 불과한 내가. 글을 쓸수록 강렬하게 인지합니다. 한 번뿐인 삶, 다시없을 오늘을.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는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파란 하늘에서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언젠가 사라져버릴 당신과 나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 그리고 이 문장을 바라보는 당신에게 내 마음을 전해요. 지금 내 마음에는 광활한 하늘과 드넓은 바다, 거센 바람을 타는 새, 비바람에도 한자리에서 다만 흔들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단 한 사람, 당신이 있습니다. 이 마음을 지키며 언제고 당도할 안부를 기다리겠습니다.

한겨레출판   
최근작 :<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불온한 공익>,<인물로 읽는 동남아>등 총 622종
대표분야 :한국사회비평/칼럼 1위 (브랜드 지수 327,335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7위 (브랜드 지수 527,327점), 에세이 9위 (브랜드 지수 740,193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