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도시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다. 기원전 4000년, 최초의 도시가 탄생한 이래, 정치·경제·문화·종교·예술 등 인류의 모든 문명은 곧 도시의 발전과 그 궤적을 함께해왔다. 이 책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도시의 역사를 통해 인류문명사의 발전을 따라가보고, 팬데믹과 환경오염 등 치명적인 위기에 직면한 도시와 인류 문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촉망받는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벤 윌슨은 최초의 도시 우루크가 세워진 이후 오늘날까지 총 6,000년간 인류 문명을 꽃피웠던 26개 도시를 연대기순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이 도시의 역사 속에서 상업, 국제무역, 예술, 매춘, 위생, 목욕탕, 길거리 음식, 사교 등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류 문명사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매력적으로 펼쳐낸다. 시공간을 초월해 세계의 도시로 떠나는 세계사 대항해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객관화하여 바라보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활동과 문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 오랜만에 정신없이 읽은 책이다. 도시와 인류사는 불가분의 관계다. 사람이 모여 생긴 공간이 도시이고 사람들의 삶이 엮인 시간이 곧 역사이기에, 역사와 도시는 인류의 시공간을 대신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도시에 대한 연구는 역사학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고고학은 역사를 재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끊임없이 내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메트로폴리스》은 도시와 인류사에 대한 가장 최근의 연구 성과를 담고 있는 빛나는 자료다. 뿐만 아니라 차가운 돌덩이에 온기를 불어넣기라도 하듯 저자의 풍성한 문학적 표현력에 마음을 싣고 서양의 한 젊은 연구자가 인도하는 세상의 도시들로, 그것도 시간을 거슬러 거닐어 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색다른 기쁨일 것이다.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이란 말에는 매력과 기회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하니 말이다.
: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가장 잘 대변하는 도시를 중심으로 서술하는 영리한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결코 시대나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시공을 넘나들며 흥미로운 일화와 사건, 인물들의 이야기를 한껏 펼쳐낸 보물상자와 같은 책이 탄생했다.
읽기 쉬운 것은 물론 다양한 성향이 독자들이 각자 원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어 더욱 좋다. 역사를 공부하거나 가르치는 사람들에게는 신화학, 문학 고고학까지 두루 섭렵하는 지식을, 잡담거리를 구하는 이들에게는 써먹을 만한 일화와 데이터를, 그리고 그저 시간 때울 사람들에게는 아무 데나 펴서 읽어도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던져준다.
계급, 인종, 민족, 국가적 흐름의 중심지이면서 문화, 문물, 일상의 무대로서 도시를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는 잔잔한 바다는 평화롭게,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해협에서는 모험적으로 배를 몰아가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선장처럼 독자를 도시의 역사로 순항시켜준다.
: 도시 문제의 해법을 도시의 생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지난 7,000여년 도시의 역사를 짚으며 그동안 인류가 어떻게 도시를 통해 생존하고 발전해왔는가를 들여다본다. 《메트로폴리스》는 도시와 인류 간 공생의 역사에 주목하며,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탄력적이고 복원력 있는 도시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도시의 객체로서가 아닌 도시를 만들어가는 주체로서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다.
: 도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로마와 리스본, 런던, 파리, 뉴욕 등 특정 시기를 대표하는 거대 도시들에 돋보기를 들이댄 저자 벤 윌슨의 시선 역시 도시인들의 이야기를 향하고 있다. 일례로 백화점과 카페가 우후죽순 늘어나던 19세기 파리를 소개하면서 동시대 화가 마네와 소설가 조르주 상드 등이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엮어내 도시적 맥락을 풀어내는 솜씨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탁재형 ('김진혁공작소'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여행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 도시는 우리에게 한 번도 길들여진 적 없는 맹수와 같다. 도시에서 사는 우리는 도시라는 환경을 우리에게 맞춰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반대다. 도시는 언제나 그 자체의 역학에 의해 작동하며 우리를 그에 맞게 길들이고 때로는 집어삼켜 왔으며 우리는 다만 그런 도시를 주로 감각에 의존해 파악할 뿐이다. 도시에 대해 기존의 선입견이나 타인의 서술이 덧씌워 놓은 지옥과 낙원의 이미지를 넘어설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메트로폴리스》는 도시라는 생명체에 대한 연대기를 소개하며 이성에 의해, 더 나아가 상상력에 의해 도시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해준다. 그 깨달음의 너머에, 도시 생활을 더 즐겁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감염병 걱정 없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계 유명 도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