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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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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한정현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는 1991년부터 1994년 사이에 일본의 젊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던 클럽이다. 이 시기는 버블경제가 붕괴된 후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 속에 있었다. 이 클럽은 특히 일반 무대보다 높은 단상으로 유명했고, 여성들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이 단상 위에 올라가 춤을 추었다.
작가는 줄리아나 도쿄를 직접 체험한 적 없는, 1980년 이후 태생인 인물들에게 그 흔적만을 쥐여준다. 한주, 유키노, 김추는 각각 식당에서 우연히 본 가요 프로그램, 서랍 속의 오래된 사진 한 장, 어머니의 회상을 통해 이 클럽과 연결된다. 그리하여 눈이 드문 항구도시인 도쿄에 사흘 내내 흰 눈이 쏟아지는 동안, 이들은 꿈같던 한 시기를 추적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의미를 발견한다. ![]()
: 눈송이로 이루어진 거대한 슬픔의 집. 그게 이 소설의 첫인상이었다. 상처받은 이들은 서로 알아본다. 사소하고 중요한 말을 건네고 그것이 쌓여 용기가 된다. 얼었던 혀가 녹고 목소리가 트여, 마침내 삶의 주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를 가능케 한 다정한 단어를 적어본다. 소금사탕, 도토루 카페, 끄트머리, 눈의 요정. 그러니까 마지막 인상은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이다. 슬픔을 녹이고 지어진 목소리의 왕국, 이라고. : 읽는 동안 이양지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유희」를 생각했다. 그는 어느 나라에도 속할 수 없는 재일한국인의 방황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한정현은 언어, 국가보다 상처를 통한 정체성 탐구에 집중한다. 모국어를 잃은 한주는 도쿄로 와 삶을 이어가고, 유키노와 마음 깊이 연결된다. 이는 두 소설 사이에 놓인 삼십 년이라는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을 향한 시선의 근본적 다름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을 지금의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9년 2월 1일자 - 경향신문 2019년 2월 8일자 '책과 삶' - 서울신문 2019년 2월 8일자 '책꽂이' - 한국일보 2019년 2월 26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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