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6살인 저자는 2019년까지 20여 년간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한국의 가난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덜 가난해서가 아니라 가난의 양태가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저히 일인칭으로 쓰였다.
최근작 :<일인칭 가난>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1997년생. 20여 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다.
어렸을 적 꿈은 하루빨리 돈을 버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돈이 먼저였다. 스무 살 이후에는 언제나 글 쓰는 시간보다 돈 버는 시간이 길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 가난하고 지난한 날에서 지나간 불온을 기록하고자 이 책을 썼다.
마티의 온(on) 시리즈 5권
가난에 대해 생각하고 쓰다
97년생의 젊은 가난
올해 26살인 저자는 2019년까지 20여 년간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한국의 가난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덜 가난해서가 아니라 가난의 양태가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생계급여를 기준으로 한다면, 기준 중위소득의 30% 미만인 245만 명과 동일선상에 있지만 노동 조건, 건강 상태, 교육 수준, 가족구성원의 특징, 주거 문제 등 소득 수준이 설명해주지 못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몸으로 안다. 이 책은 그래서 철저히 일인칭으로 쓰였다.
그러나 일인분짜리는 아니다. 그의 가난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EBS 교재 지원, 방학 중 우유급식 지원, 민간 장학회의 활동 등 사회 복지와 얽혀 있으며, 경찰과 주민센터 직원, 학교 교사, 또래 관계 속에서 진동한다. 가난이 사적 서사에 갇혀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소설과... 마티의 온(on) 시리즈 5권
가난에 대해 생각하고 쓰다
97년생의 젊은 가난
올해 26살인 저자는 2019년까지 20여 년간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자신이 한국의 가난을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덜 가난해서가 아니라 가난의 양태가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생계급여를 기준으로 한다면, 기준 중위소득의 30% 미만인 245만 명과 동일선상에 있지만 노동 조건, 건강 상태, 교육 수준, 가족구성원의 특징, 주거 문제 등 소득 수준이 설명해주지 못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몸으로 안다. 이 책은 그래서 철저히 일인칭으로 쓰였다.
그러나 일인분짜리는 아니다. 그의 가난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EBS 교재 지원, 방학 중 우유급식 지원, 민간 장학회의 활동 등 사회 복지와 얽혀 있으며, 경찰과 주민센터 직원, 학교 교사, 또래 관계 속에서 진동한다. 가난이 사적 서사에 갇혀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소설과 시, 기사, 논문, 책을 통해 자신의 가난에 타인의 가난을 접속시키고 중첩시킨다.
리얼의 힘
저자는 당사자만이 정확히 알 수 있는 가난의 세부를 리얼하게 그려낸다. 아니, 여기 있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장면을 창출해낸다. 그럼으로써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 가난이 실재함을 생생히 증명한다.
최소한의 생계비에 해당하는 복지수당 외 소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저자의 엄마는 학원비에 쏟았다.(29쪽) 수급자 가정이 의식주보다 자녀의 사교육에 소득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저자가 바라는 바다. 우리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가난한 사람’ 또는 ‘가난’의 클리셰를 깨뜨리는 것. 저자와 화자가 일치하는 자전적 에세이가 ‘리얼’을 말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이 책이 여실히 보여준다.
가난이 겪게 하는 것들
가난이 유발한 행위와 선택,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책에선 감정의 묘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으로 미국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해외여행이라는 해프닝」, 76쪽), 올이 나가기 십상인 스타킹 대신 맨다리로 겨울을 날 때(「연기」, 64쪽), 석사과정을 수료 단계에서 멈추었을 때(「석사(수료)에 대한 변」, 58쪽)를 저자는 덤덤하게 회고한다. 그런데 자신의 가난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감정은 널을 뛰었다. “가난하고 어린 사람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와 온도는 이렇게 요동치곤 했다. 취소했다가 사과했다가, 깔보았다가 추어올렸다. 사무적이었다가 다정했다가, 냉했다가 끓어올랐다.” 그러나 “끓어오른 자신에게 도취되었을 뿐, 사실 가난하고 어린 사람에겐 관심이 없었다”(88쪽)라는 사실을 저자는 일찍이 알아버렸다.
가난으로 인해 저자가 겪은 일들을 지켜보며 느끼게 될 슬픔, 기쁨, 안타까움, 실망, 연민, 측은지심, 응원 등의 감정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이러한 감정이 가난이라는 ‘스펙터클’ 앞에서 쉬이 촉발되었다가 꺼지지 않고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원료로서 작용하기를 이 책은 바라고 있다.
개인의 가난은 사회의 가난
가난은 개인적일 수 없다. 실업, 장애,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부터 복지를 가족과 기업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 선별적 복지 시스템, 철저한 복지 신청주의, 공고해진 능력주의 등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가난을 이야기할 때 가족을 제일 나중에 언급한다고 쓴다. 알코올중독이었던 시각장애인 아빠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엄마에 대해 말하면, 가난의 원인이 ‘가족’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가난에서 ‘불행한 가정사’를 걷어내고 나면 상황은 더욱 명료해진다. 저자는 “내 가난은 교통사고, 알코올중독,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임금, 젠더폭력 및 가정폭력과 세트였다”고 말한다.(116쪽)
부록 「복지 신청 바로가기」(147쪽)에서는 한국의 복지 시스템이 ‘신청자’가 없이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과외와 학원, 고깃집, 빵집 등에서 쉴 새 없이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는 와중에도 저자는 수시로 장학금 연장을 확인하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들과 씨름했다. 내일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몇 년 뒤에 어떤 직종에서 일하고 싶은지 고민할 시간 자원이 없는 가난한 청년들에게서 잠 잘 시간마저 빼앗는 것이 선별 복지에서 탈락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은 아닌지 이 책은 묻는다.
책이 끝나도 가난은 끝나지 않기에
33개의 일화를 땋은 이 책은 분량이 그리 많지 않다. 책을 완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그다지 길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날들을 반복해서 겪었고, 겪고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책이 끝나도 저자의 가난은 끝나지 않으며, 설령 언젠가 저자의 가난이 과거형이 되더라도 우리 사회의 가난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이 책은 가난에 대한 현재 진행형의 관심을 촉구한다.
저자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분석이나 대안 제시를 하지 않는다. 자신이 겪은 가난의 의미를 애써 찾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쓸 뿐이다. 이 편린을 맥락화하고 귀히 다루는 것은 이제 사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