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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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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동시집 20권.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는 제목처럼 독특하고 기발한 동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문봄 시인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기계들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새로운 면을 발견하며 세상을 더 다채롭게 만든다. 상상력을 통해 캐릭터화된 문자와 사물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람을 기준으로 세상을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비인간 존재의 목소리가 동시집 곳곳에 들어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주로 보내진 개나(「내 이름은 쿠드랴프카」) 더운 날씨에 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 강아지처럼(「폭염과 달마티안」) 인간 중심의 생각으로 고통을 받는 존재들이 대표적이다. 문봄 시인의 이러한 감각은 사회에서 약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 줌으로써 문학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1부 우리는 와이파이를 사랑해 : 문봄 시인의 동시는 쓸모를 다하면 버려지는 게 당연하다 여겼던 사물의 말을 꺼내 독자 앞에 툭, 올려놓는다. 비존재로 슬그머니 치워지곤 하는 존재들에게도 엄연한 자기 목소리가 존재함을 드러냄으로써 이들을 다시 우리와 함께 존재하게끔 불러들이는 것이다. 문봄 동시의 말놀이는 기호의 자기 주체적 발화라는 점에서 선행 말놀이 동시들과 구별되며, 그것을 동력으로 하여 비인간 주체의 경계로 탈주하는 힘을 획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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