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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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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의 첨예한 젠더 갈등, 남녀 갈등의 정점에 바로 ‘여성 경찰’이 있다. 현장에서 여경이 피의자를 단번에 제압하지 못하는 일련의 사건이 보도되면서 여경은 불필요하다는 이른바 ‘여경 무용론’이 점화되었고, 맹목적인 여성 혐오로 번졌다. 조롱과 인신공격, 듣기에 불편한 혐오의 말들이 여경을 향해 쏟아졌다. 범죄자를 다루는 데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은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주 논리였다.

언뜻 타당해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성별 나누기’와 ‘성차별’이 깊게 깔려 있다. 1947년 미 군정기 때 최초로 여경이 채용된 이후 경찰조직 내 여경 비율은 그로부터 75년이 지난 2022년 현재 13%를 조금 웃도는 정도이다. 뿌리 깊은 남녀차별 구조가 허물어지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경찰조직은 아직 요원함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이 책은 여성 경찰 23인, 31편의 글을 모았다. 남성 경찰의 수가 압도적인 조직에서 여경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찰=남성’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그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을 알면서도 그녀들은 왜 굳이 힘들고 위험한 경찰 세계에 뛰어들었는지, 무엇이 그녀들의 가슴을 정의와 사명감으로 타오르게 했으며, 어떻게 조직 안팎의 편견과 차별을 견디며 버텨왔는지를 기록한 ‘여경 분투기’이다. 약자에 대한 연민과 남다른 정의감을 외면하지 못하는 뜨거운 마음 때문에 경찰이 될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고뇌와 활약상은 여경, 남경 논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경찰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나아가 진짜 경찰을 만드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시급하다는 본질적 진단을 이끌어낸다.

‘우리 사회에 여경이 꼭 필요할까?’ 여경 혐오가 만든 가짜 뉴스와 왜곡된 비난에 한 번이라도 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이 바로 그 답을 말해 줄 것이다.

: 이 책을 단숨에 다 읽고 말았다. 여경 선배가 여경 후배 앞에서 면 안 서게 자신도 여성이면서 여성을 혐오했던 과오를 고백하고, 자랑스러운 경찰 딸이 부모가 읽을 책 앞에서 자신이 성폭행과 성추행의 피해자였음을 아프게 드러내고, 약자인 게 분명한 피해자들 앞에서 강자 행세로 상처를 준 지난날을 회고하는…, 이 책의 저자들은 알고 있었다. 솔직해야만 진짜 정의로울 수 있고, 정의로워야만 서민, 피해자, 아동, 핍박받는 낮은 지위의 여성들에게 자신들이 진심 어린 동반자, 연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울컥한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 ‘경찰’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 별처럼 반짝이는 삶의 이야기를 만난다. 남자, 여자가 왜 필요할까? 대한민국 경찰의 열정, ‘피 땀 눈물’에 대한 기록이다. 23인 저자의 자전적 기록을 읽으면서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공감 능력과 경찰의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여성 경찰의 성장기가 얼마나 진솔하고 흥미진진한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찐한’ 감동을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문경란 (전 경찰청인권위원회 위원장)
: 남자 경찰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일하기를 시도하는 여경의 모습을 통해 경찰과 세상을 바꿔놓을 신선한 힘을 발견한다. 현장에서, 또한 책 속에서 만난 여경들에게서 곧 휴지기를 끝내고 그 열기를 뿜어낼 휴화산 같은 존재감을 느낀다. 민주경찰, 인권경찰, 민생경찰의 미래는 여경들에게 달려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서울신문 2022년 10월 21일자
 - 동아일보 2022년 10월 22일자 '책의 향기'
 - 한국일보 2022년 10월 28일자 '책과 세상'
 - 세계일보 2022년 10월 29일자 '새로 나온 책'

최근작 :<[큰글자책] 여성, 경찰하는 마음>,<여성, 경찰하는 마음> … 총 4종 (모두보기)
소개 :이수진, 이비현, 전지혜, 김세령, 이혜수, 잠만보, 강승연, 이선영, 이지은, 민새롬, 은봄, 김영인, O2, 김소영, 이은애, 김영은, 수사관K, 정수온, 주명희, 우아진, 정선영, 엄마는외계인, 황아이 (글 게재 순)
최근작 :<[큰글자책] 여성, 경찰하는 마음>,<여성, 경찰하는 마음> … 총 4종 (모두보기)
소개 :22년 차 경찰. 서울경찰청 ‘최초의 여성’ 감찰조사계장직을 지냈다. 처음 경찰이 되었을 때 서울의 여성 경찰관의 수가 채 100명이 되지 않음을 알고 놀라던 기억이 생생하다. 삶에 문제가 생기면 늘 책에서 답을 구하는데 여경들의 문제는 여성학이나 경찰학,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2017년 ‘경찰 젠더연구회’에 참여하면서 여경들과 함께, 직접 그 답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작 : … 총 3종 (모두보기)
소개 :

역자후기
‘여기자’, ‘여교사’, ‘여류작가’와 같이 모든 직업에 ‘여성’을 의미하는 접두사가 붙을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 차별적 의미를 알기에 쓰임이 줄고 있지만, 유독 ‘여경’이라는 단어도 사라지지 않고, 혐오는 넓게 퍼져간다. 이 책에서 ‘여경’을 대체하는 말을 찾고 싶었으나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또 한편으로는 여성 경찰관의 현실을 보여주기에 ‘여경’이라는 단어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여경들이 쓴 이야기이지만, 모든 경찰관의 이야기이고, 민원인의 이야기이고, 동시대를 사는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이 경찰 그리고 여성 경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여경’이라는 단어가 혐오의 의미로 쓰이지 못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 인종, 경제력, 나이, 외모, 장애, 소수자 등 수많은 차별에 대해, 혹 우리 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차별의 모습은 없는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평등을 지향할 때,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존재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