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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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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재윤 시인의 1주기를 맞아 출간된 유고 시집. 뜨겁게, 올곧게 세상을 위했던 시인의 삶과 고통 그리고 시인이 온전히 품고 있었던 희망을 정갈한 언어로 담고 있다. 시집 속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방”과 “벽”은 시인을 가두는 고통과 고독이다. 시인은 압도당하고 짓눌리면서도 고른 말들로 울고, 견디며 독자들에게 가닿는다.
시인은 좌절과 우울의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으로, 혼자의 자유가 아닌, 지구의 자유를 노래한다. 그의 시는 세상과 만나기를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염원한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먼저 일어나 촛불을 드는 사람, 자신을 태워 촛불이 되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하였다. 그의 촛불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답고 섬세하다. : 홍매화 꽃잎
의자에 앉는다 이 문장이 눈에 꽂힌다. 아프기도 하고 내심 안심이 되기도 한다. 허공에서 의자에 착지한 꽃잎이 벽 안에 갇혀 있던 김재윤 같아서. 벽 안에 갇혀 혼자 밥을 먹던 시간, 그는 외로움의 간격을 재고 몸 안으로 방을 들였다. 그가 그 방에서 빠져나온 후 몇 차례 만났다. 세상이라는 방으로 귀환한 그는 놀랍게도 천진한 소년 같았다. 시를 쌓아 놓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고, 몇 가지 일을 구상하고 있었다. 서귀포에 같이 한번 가자 하였다. 그의 원고는 붉은 불꽃과 하얀 연기 사이의 광채를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말은 간결하고 생각은 단아했다. 김재윤은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껍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이 시집 속의 말들은 그래서 현실의 고통을 봄볕에 말린 냄새가 난다. 자신의 생을 일찌감치 내려다본 조감도를 우리에게 넌지시 보여주고 떠난 시인이여, 부디 편히 잠들라. 상향(尙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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