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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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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권하는 원주민의 역-인류학. 재앙과 위기, 종말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문명 세계를 향한 원주민의 강력한 비판을 담아낸다. 생태학적 재앙이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의제로 부상하고 있고, 국제사회는 그로 인한 미래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는 데 동조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가중되는 것은 재앙에 대한 공포나 위기의식이 아닌 ‘익숙함’이다. 우리 문명인들은 왜 여기저기서 종말을 떠들면서도 정작 자신들에게는 종말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러한 망각과 익숙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브라질 크레나키 원주민의 리더로서 수십 년 가까이 원주민운동을 이끌어온 아이우통 크레나키는 백인 자본주의 문명이 제시하는 종말 담론을 비판하며 그들의 폭력적인 지배와 생태살해ecocide로 원주민 세계는 이미 오래전 종말을 맞이했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생각들〉을 비롯한 일련의 연설/강연을 통해 이미 종말을 겪은 원주민의 입장에서 문명인들에게 말을 건다. 원주민들은 그 종말의 과정을 여전히 겪고 있음에도, 백인 자본주의 문명으로의 예속을 거부하며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크레나키는 ‘이미 시작된 종말을 늦추기 위한 방법들’을 제안한다. 이 작고 소박한 책에 밀도 높게 담긴 그 방법과 실천들은 단지 원주민의 지혜나 격언 따위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문명)를 벗어나 ‘다른 세계가 되어’ 인간이 직면한 생태학적 위기를 바라보도록 하는 급진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이는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역-인류학적 관점으로, 원주민이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구축해온 서구인에 대한 인류학을 제시해준다. : “인간은 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뻔한 답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할까? 브라질의 원주민 지도자 아이우통 크레나키의 연설을 중심으로 묶은 이 책은 이에 대한 문학적이고도 철학적인 답변을 담아낸다. 근대인이 잃어버린 감각, 즉 ‘우리’를 이루는 것은 인간 존재뿐 아니라 산과 강, 바위와 같은 비인간 존재이기도 하다는 감각을 이 책은 생생히 일깨워준다.” : 이 책은 한동안 문명에 미달한 존재로 여겨져 인류학의 연구 대상이었던 원주민의 시선으로 세상의 보편을 자임해온 백인의 자본주의 문명을 진단하는 ‘역-인류학’이 바탕이 된 지적 작업이다. 책을 펼친다면 종말을 먼저 겪었지만 예속은 거부하는 아마존 원주민의 경험과 시선에서 출발한 나직하면서도 서늘한 급진을 읽게 될 것이다. : 크레나키가 자신의 책에서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당황스럽다. ‘우리는 정말로 하나의 인류인가?’ 크레나키의 질문에 나오는 ‘우리’란 도대체 누구인가? 크레나키가 ‘우리’라고 말할 때, 바로 거기에 그가 제기하는 진정한 질문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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