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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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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만큼이나 종을 막론하는 활동이 또 있을까. 먹는 것의 종류는 제각기 다를 지라도, 생명체라면 응당 무언가를 섭취해야만 생을 유지할 수 있으니. 그러나 섭식은 언제나 ‘살생’을 동반한다. 그중 가장 끔찍한 형태는 아마 언제 어디서든 양껏 ‘고기’를 먹겠다며 수많은 동물들을 학살하는 대규모 축산업일 것이다. 인류세 그 어디에도 없었던 광경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손이 닿으면 그곳이 어디든 남아나지 못하는 세상.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죄책감’이지만, 거기 머무를 수만은 없다. 이 거대한 폭력의 고리를 조금이나마 끊어보려 식탁 위 ‘자그마한 저항’을 실천하기로 한다. 무엇보다 그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죄책감을 가지고 고기를 먹던 사람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되기까지, 모든 음식을 다 먹고 싶어 하는 식탐 많은 사람에서 내 앞의 끼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기까지, 몸의 아픔을 방치하고 몸에게 괜찮을 것을 강요했던 사람에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 몸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 사이의 기쁨과 슬픔, 번뇌, 불안, 동요 같은 것들을 하루하루의 일기로 써내려간 것이 이렇게 책이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식탁의 풍경이 말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거기엔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 있고, 나와 관계 맺는 다른 사람들이 있고, 이미 죽음이 되어버린 어떤 생명이 있고,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땀도 배어 있다. 이 작은 ‘섭식일기’가 식탁 뒤 숨은 풍경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어떤 시기의 일기는 변신과 혁명의 기록이 된다. 고기를 먹던 사람이 고기를 안 먹는 사람이 되는 기적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사이의 기쁨과 슬픔, 번뇌와 실천, 반성과 성찰에 관한 기록이다. 식탁 위의 폭력에 저항하기로 결심한 후 저자의 일상은 몹시 불편해지지만 그는 그 불편함을 사랑했다. 일기를 쓰지 않을 도리가 없는 시간이다. 경주, 서울, 베이징, 런던을 옮겨 다니던 저자는 이제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지 않고도 발 디딘 자리에서 아주 먼 곳의 동물과 식물, 인간들과 연결되어간다. 타자를 존중하기로 마음먹고 그것을 매일매일 실천하던 한 사람이 그만 자기 자신도 존중하게 되어버렸다는 그런 이야기.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며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은 깨달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의 손에 이 책이 가닿기를 바란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경향신문 2021년 2월 19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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