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대 환경에서 죽음의 의미와 그 양상의 다양성을 살펴보는 책이다. 현대인은 100세 시대를 구가하는 장수의 일반화, 그 반면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죽음의 일상성과 무작위성,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나 초대형의 사회적 재난으로 말미암은 사고사의 빈발, 그리고 존엄사나 안락사 논쟁의 비화,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에 대한 의학적 접근 등 죽음의 의미가 달라진 시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 삶의 생로병사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죽음이 현대 사회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막연히 관념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죽음 과정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 등에 관한 상식적인 이해가 오늘날 어떻게 달라져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를 고찰한다.
최근작 :<첨단기술시대의 의료와 인간> ,<Yann Martel> ,<초연결시대의 그늘 치유론적 탐색> … 총 12종 (모두보기) 소개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HK교수. 현 대중서사학회, 한국리터러시학회 이사. 한국문학연구학회, 국제비교한국학회 등의 학회 임원으로 활동. 『근대서사텍스트와 미디어테크놀로지』, 『다매체시대의 문학 이론과 비평』, 『화병의 인문학 : 근현대편』 , 『죽음의 인문학』, 『죽음의 시공간』, 『의료문학의 현황과 과제』, 『어떤 죽음2: 문학 속 인물 편』 등의 저서(공저 포함)가 있으며, 「대중음악을 활용한 방송 프로그램의 서사전략」, 「청년 개념과 청년 담론 서사의 변화 양상」, 「판타지의 리얼리티 전략과 서사적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HK교수. 현 대중서사학회, 한국리터러시학회 이사. 한국문학연구학회, 국제비교한국학회 등의 학회 임원으로 활동. 『근대서사텍스트와 미디어테크놀로지』, 『다매체시대의 문학 이론과 비평』, 『화병의 인문학 : 근현대편』 , 『죽음의 인문학』, 『죽음의 시공간』, 『의료문학의 현황과 과제』, 『어떤 죽음2: 문학 속 인물 편』 등의 저서(공저 포함)가 있으며, 「대중음악을 활용한 방송 프로그램의 서사전략」, 「청년 개념과 청년 담론 서사의 변화 양상」, 「판타지의 리얼리티 전략과 서사적 감염」, 「질병의 낭만과 공포」, 「SF와 좀비 서사의 감염 상상력」, 「영화를 통한 치유의 효과」, 「노인 간병과 서사적 상상력」 등 다수의 논문이 있음.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한 번도 같은 죽음은 없었다
죽음의 의미와 태도, 죽음 과정이 유례없이 달라졌다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인류가 죽음을 인식하기 시작한 이래로 단 한 사람도 죽지 않은 사람이 없다. ‘소크라테스조차 죽었다.’ ‘부활했다는 예수님도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부처님도 열반에 드셨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죽는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똑같은 죽음’이 단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해 죽음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유일회적으로 일어나는 존재론적인 사건이다. 타자의 죽음은 결코 내 죽음과 같지 않고, 내 죽음 역시 다른 어떤 이의 죽음과도 같지 않다.
개개인의 죽음이 ‘같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시대를 내려오면서 ‘사회적인 차원’ ‘공동체 수준’에서의 죽음의 의미, 죽음을 대하는 태도 역시 끊임없이 변천해 왔다. 그리고 인간이 의미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죽음’의 본질은 “한 사람이 죽는/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죽음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또는 죽음에 대하여 사람들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가의 문제이다.
죽음에 관하여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얘기해 볼 수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는가’나 ‘과연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있는 날이 올까’와 같은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인 셈이다. 존엄사를 선택하는 문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문제 등도 결국 죽음의 방식을 대하는 ‘살아 있는 자의 태도와 입장’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 시점에서 통합의료인문학의 관점으로 죽음의 문제를 거론하는 한 가지 이유는 오늘날 죽음을 대하는 태도, 죽음에 대한 (사회적) 정의, 죽음의 발생 양상이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변화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현대 인류는 전 지구적으로 거의 균일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대규모의 죽음이 발생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한국 사회로 범위를 좁혀 보아도, 지난 3년간, 3,000만 명이 ‘높은 죽음의 가능성’에 노출되었고(코로나19 감염자), 그중에 3만여 명은 바로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죽었다. 또한 최근 10년 사이에 인재형(人災型)의 대형 사고로 말미암아 우리는 죽음을 생생하게 목격해야만 하는 사태에 직면하였다. 이는 현대에 접어들면서 죽음이 병원 내부로 감추어지고, 장례식장 내에서 처리됨으로 인하여, ‘사회로부터 죽음을 추방/소외’시켜온 것을 무색케 하는 사건이었고, 이로 말미암아 ‘죽음’에 대한 인상은 과거에 비하여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다른 한편에서 죽음은 여전히 숫자화되고 의료화되었으며, 자연스런 과정이 아니라 치유되지 못하는 질병으로 치부되는 경향, 그리고 병원과 영안실 속으로 유폐되는 과정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탈성장을 지향하는 때에 가장 왕성한 성장을 구가하는 곳이 바로 병원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이 책, 『죽음의 시공간: 삶 너머의 의료인문학』의 1부에서는 ‘죽음에 대한 애도’의 문제를, 2부에서는 오늘날 가장 첨예하고 이전과 다른 죽음 문화중 하나라고 할 연명의료, 존엄사(안락사) 문제를 탐구하고 있다. 죽음에 관한 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주제,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한 더 다양한 입장의 글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숫자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책을 계기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 여기에서의 죽음의 의미와 그에 대한 인문학적인 성찰, 그리고 그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정해나가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이율배반적인 죽음의 상황에 노출된 현대 사회, 현대인에게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게 하고,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안정적으로 정립하게 하는 길을 모색하는 작업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