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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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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은 정신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동시에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된 실험을 계획했다. 자신을 포함해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여덟 명의 정상인들을 미국 각지의 정신병원으로 보내 의사들이 가짜 환자들을 가려낼 수 있는지 테스트한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진료받은 병원 모두 그들을 정신병자로 오진했고, 평균 20여 일 동안 정신병동에 수감 시켰다. 가짜 환자들은 병동 내부의 비윤리적인 행태와 부당한 대우에 노출되었고, 꼼짝없이 잘못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야 했다.
로젠한은 실험을 바탕으로 논문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On being sane in insane places」를 발표했고,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정신의학계의 진단체계와 치료법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나면서, 수십 개의 정신병원이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정신의학계의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질문인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논쟁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역사적 사실들이 모든 것을 얘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실험 후 가짜 환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데이비드 로젠한은 이 실험을 왜 계획했으며, 이는 위대한 사건인가 추악한 사기인가?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는 이 역사적 실험의 이면을 추적한다. 〈뉴욕 포스트〉의 베테랑 기자이자, 100만 베스트셀러 작가인 수재나 캐헐런은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특유의 조사력과 문장력을 바탕으로 마치 범인을 쫓는 형사처럼 작은 실마리들을 붙잡고 끈질기게 답을 추리해 나간다. 실험의 역사적 배경을 살피는 것은 물론, 수소문해서 찾은 로젠한의 동료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로젠한의 유품에서 시작해서, 생존한 인물들과 남아 있는 소수의 자료를 통해 로젠한이 실험을 계획한 동기와 실험에 참가했던 가짜 환자들의 정체를 드러낸다. 지금껏 알려진 이야기로는 바라볼 수 없는 정신의학의 얼굴을 드러내며, 아직 걷히지 않은 정신의학에 드리운 거대한 그늘을 보여준다. 추천의 말 : 로젠한 실험은 정신의학의 진단과 입원 방식의 문제점에 대해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의학의 다른 분야는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이나 감염 질환은 자세히 현미경으로 보면 병변이 보이기 때문에 의사가 내린 진단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병변이 눈에 보이지 않고 더욱이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진단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로젠한의 연구가 제시하는 것은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데에는 더욱 심도 있는 인터뷰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지 환자가 이야기하는 몇 마디 말로 환청이나 망상을 진단할 수는 없다. 그의 연구가 보이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문제 제기는 현재에도 중요한 쟁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성찰해야 할 점과 한계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나는 종종 치료에 실패한다. 정신의학의 부족함과 한계를 매일같이 느낀다. 언제까지 투약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저 죄송하다고 말할 때가 꽤 잦다. 저도 아쉽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인 것 같다고. 그렇기에 이 책을 피하고 싶었다. 정신의학의 심장에 칼을 꽂았던 로젠한 실험이 그저 불편했다. 게다가 뇌염을 조현병으로 오진 받았던 저자라니, 괜히 나의 무능함이 까발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은 저자의 믿음에 용기를 얻는다. 로젠한에게 속은 의사는 나쁜 결정을 내리지도, 실수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이 가진 정보로 최선의 결정을 내린 좋은 의사였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앞으로 계속 진보할 정신의학이 언젠가 마음의 수수께끼를 밝혀낼 그 순간을 믿으면서.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23년 11월 25일자 - 중앙SUNDAY 2023년 11월 25일자 - 경향신문 2023년 11월 24일자 '책과 삶' - 한국일보 2023년 11월 25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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