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진 작가 미나미하바 슌스케가 찍은 사진에, 나가타니 센이 2컷 만화를 그려서 만든 고양이 사진만화책이다. 고양이들의 천국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고양이가 그 주인공들인데 섬에 사는 섬고양이, 캣맘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원이나 길에서 사는 동네 고양이, 가끔 가게나 집에 들러 밥만 얻어먹고 가는 주인 없는 고양이 등, 길냥이들의 애환을 담고 있으며, 고양이에 관한 짧지만 알찬 정보도 함께 실려 있다.
일본의 길고양이들은 우리나라 길냥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보다 반려동물로서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 역시 많은 일본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 즉 ‘공존’과 ‘공생’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 한국 길고양이의 삶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사람과 고양이의 행복한 공생을 생각해보게 한다.
미나미하바 슌스케 (사진)의 말
이 책을 통해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셨으리라 생각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알고 계시겠지만 고양이는 제각기 자아를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물론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그렇겠지만 고양이는 특히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스스로를 투영하게 만들며,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런 고양이들이 만화가 되어 언어를 가짐으로써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나요? 앞으로도 길에서 사는 고양이를 찾아 전국을 떠돌아볼 생각입니다.
류순미 (옮긴이)의 말
“언니, 고양이 좀 키워줘.”
수아가 메리를 데려온 것은 당시 스무 살이던 국민요정 아무로 나미에의 전격 결혼발표로 일본 열도가 후끈 달아오른 1997년 가을 무렵이었다. 스무 살 신부라는 요상한 유행을 따르듯 수아도 결혼을 했고 한 달 만에 덜컥 임신을 하자 막 입양한 아기 고양이 메리를 내게로 데려왔던 것이다.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나는 메리와 만났다.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메리카 쇼트헤어, 생후 1개월, 암컷, 이름은 메리.
고양이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어 무지한 나는 주위의 캣맘들에 게 물어물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첫날, 집이 없어 배 위에 올려놓고 재웠더니 함께 사는 내내 메리는 내 배 위에서만 잠을 잤고 덕분에 내 배는 늘 묵직했지만 따뜻했다. 한 입 더 늘어난 덕에 더 많이 일해야 했지만 가난한 유학생이던 내게 메리는 함께 사는 내내 충분히 고마운 존재였다. 메리와 그렇게 4년여를 보내고 캐나다유학을 준비하면서 나는 커다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메리를 데리고 갈 수 없었던 것이다. 평생 함께 살 각오도 없이 입양을 한 나의 무지가 메리를 길냥이 신세로 만들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나는 헤어진 남친(메리를 무척 예뻐했다)에게 연락을 했고 그는 흔쾌히 메리를 데려갔다. 헤어지던 날 시크한 성격의 메리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고 차마 쳐다보지도 못한 채 나도 울었다. 그 후 다시는 메리와 만날 수 없었다. 메리가 그리울 때마다 무턱대고 입양을 했다가 아픔을 겪은 그날도 함께 떠오른다. 물론 이 책의 사진 속 길냥이들을 보면서도 하마터면 길냥이가 될 뻔했던 메리를 그리워했다.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길냥이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