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양귀자가 1990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1986년,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로 80년대 한국 사회의 척박한 시대 지형을 놀랍도록 세밀하게 그려내 주목을 받았던 작가가 처음으로 펴낸 장편소설이다. 90년 초판의 제목은 <잘가라 밤이여>였으나 다음 해 <희망>으로 제목을 바꾸어 재출간했다. "잘가라 밤이여"의 은유에서 벗어나 명료하게 "희망"으로 가고 싶다는 작가의 뜻을 반영했다.
이 소설은 특히 작가 고유의 연민과 따스한 시선이, 그리고 양귀자 특유의 활달하고 서슴없는 문체가 휘몰아치는 시대의 거칠고 황량한 삽화들을 어떻게 이야기로 보듬어 완성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양귀자의 문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1. 나성여관_7
2. 길 위의 친구들_55
3. 기도·빵·석양_117
4. 고통의 우물_187
5. 40세의 노트_243
6. 장마_311
7.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_365
8. 복수_421
9. 잘 가라 밤이여_475
10. 눈꽃_535
작가의 말_578
작품해설_여관에서 집으로, 집에서 마을로 / 김훈_583
양귀자 (지은이)의 말
소설 하나를 두고 네 번째 작가의 말을 적는다.
앞에 놓인 작가의 말들을, 나는 남이 쓴 글처럼 읽는다. 그랬구나, 하다가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얼굴이 좀 뜨거워진다. 저런 ‘고백’을 아무렇지도 않게 책에 쓰다니, 지금의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다행인 것은 이 소설에 가진 애정만큼은 아직 그대로라는 점이다. 교정을 위해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다시 읽으며 그 사실을 확인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정신이 첫 장편의 시간에서 멀어지지 않은 것도 안심이 된다.
시대의 배경은 바뀌어도 삶은 남는다. 그렇기에 우리 각자가 품은 ‘희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나성여관’에 살았던 그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특히 우연이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가끔 생각난다. 그저 건재하기만을 바란다.
개정판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