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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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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로스는 ‘작은 양파’라는 뜻으로 대머리인 저자의 별명이다. 환갑을 넘긴 대머리 아들이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일상을 사랑스러우면서도 유머러스한 터치로 그려낸 이 작품은 2013년 6월 열린 제 42회 일본만화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 오카노 유이치 씨는 도쿄의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거품 경제가 꺼지기 시작할 즈음 고향 나사사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자신이 일하는 지역 정보지에 서서히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어머니와의 일상을 네 컷 만화로 그려 연재했다. 이를 묶어 자비를 들여 조촐하게 출간했는데 뜻밖의 큰 호응을 얻었다. 나가사키 지역 서점에서 1위를 하고, 이어서 서일본신문사를 통해 정식 출간된 후, 페이스북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순식간에 전국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오카노 씨(63세)와 어머니 미쓰에 씨(89세)의 감동적인 사연은 NHK에서 다큐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었고, 거장 모리사키 아즈마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2013년 11월 16일, 일본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영화 공식 사이트 http://pecoross.jp/). 돌고 도는 이야기(봄)/돌고 도는 이야기(여름)/돌고 도는 이야기(가을)/돌고 도는 이야기(겨울) : 보이지 않는 실과 보이지 않는 바늘로 아들의 옷을 깁는 치매 어머니와의 일상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기록한 그림일기! 못다 한 효도를 당장 하고 싶게 만드는, 이 시대에 필요한 좋은 책입니다. 이 아름다운 책을 더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기를 추천하며 기도합니다. : ‘일본 만화계에 다시 나오기 힘든 명작’이라는 말도 들려옵니다만, 참으로 누구에게나 망설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훌륭한 책을 만나고 번역하게 되다니, 흐뭇한 보람으로 가슴이 뭉클합니다. : 나는 페코로스 씨에게서 만화의 재미뿐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치매를 뒷바라지하는 힘겨운 터널을 뚫고 온 자로서 동지와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늙어가는 방식이 있구나, 살아가는 방식이 있구나, 죽어가는 방식이 있구나, 라고요. 그리고 인간에게는 인간만의 뒷바라지 방식이 있구나, 라고요. : 인생의 종착역 가까이에서 찾아온 기적 같은 시간을 그린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는 ‘치매 노모를 돌보는’ 내용의 만화라기보다는 미쓰에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의 몸에 내려 쌓이고 다정하게 휘감긴 기억들. 나가사키라는 지역의, 전쟁과 원폭의,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기억. 그 모든 것이 시계열의 고리에서 풀려나, 자유자재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가치관은 전도되고, 그리고 거대한 생에의 긍정에 이른다. 슬프지만 행복하고, 안타깝지만 흐뭇하다. 모순 속에조차 인간은 생의 기쁨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중앙일보 2012년 11월 30일자 '책과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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