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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계산홈플러스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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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평론가 고미숙이 2003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말미에서 ‘다산과 연암’을 “중세 외부를 사유한 두 가지 경로로서” 짧지만 강렬하게 두 인물의 사유를 보여주었던 문제의식을 꼭 10년 만에 새로운 형식의 평전으로 발전시켜 돌아왔다.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다산과 연암 라이벌평전 1탄>은 고미숙이 다산과 연암을 주인공으로, 정조를 주연급 조연으로, ‘문체반정’과 ‘서학’(천주교)를 중심 사건으로 삼아 쓴 새로운 형식의 평전이다(이 라이벌평전은 3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 책은 평전이되 인물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그리지 않고, 두 인물의 사유와 글쓰기가 부딪치고 흩어지는 지점들을 포착해 다산과 연암의 스타일 대별해 구축해 내고 있다. “연암의 글은 물이고 다산의 글은 불이다. 연암은 지혜와 유머가 흘러넘치고 다산의 글은 박학과 격정이 솟구친다. 연암이 좁쌀 한 알에서 우주적 징후를 간파하고자 한다면, 다산은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다 담아내겠다는 결기로 충만하다.” 책머리에 : 이 책은 언뜻 보면 무거워 보인다. 430쪽에 달하는데 책의 판형이 약간 작아서 더 두터워 보인다. 제목 위에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탄’이라는 소제목이 있는데, 오히려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이라면 이미 많이 조명이 되어 있는 인물이라 새롭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선입관을 버리고 첫 장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도저히 덮을 수가 없을 것이다. 18세기 한국의 역사적 맥락과 지성계의 흐름, 그 속에서 다산과 연암이라는 두 거인의 매력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저자의 간결하고도 분명한 문체와 적절한 어휘 선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이지만, 이 책에서는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소설 같다. 그만큼 술술 읽히며 재미있을뿐더러 수시로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이것이 진정 ‘지성사(知性史)’ 서술의 모범이 아니겠는가? 역사학에서는 다양한 분류사가 있다. 한국 역사학이 더욱 풍요롭게 되려면 미술사, 사상사, 지성사, 법제사, 경제사, 대외교류사 등 다양한 분류사가 전통 역사학과 결합되어야 한다. 이 책은 18세기 한국 지성사의 복원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정말이지 유럽 르네상스시대의 찬란한 문학, 예술, 철학의 향연에도 주눅들지 않을 것 같다. 30도를 넘는 무더운 한 여름, 이 책을 권한다. 너무 재미있어 더위를 잊으며, 수시로 마음의 울림을 주어 오싹한 추위마저 느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3년 6월 15일자 새로 나온 책 - 조선일보 북스 2013년 6월 22일 '한줄읽기' - 중앙일보 2013년 6월 22일 '책과 지식' - 한겨레 신문 2013년 6월 24일 '교양 잠깐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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