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알이 명작그림책 시리즈 28권. 영국 3대 그림책 작가로 꼽히며, 아이들의 세계를 잘 이해하는 그림책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존 버닝햄의 그림책이다. 줄리어스의 상상 속 세계 여행을 그린 작품으로, 존 버닝햄 특유의 조금은 비어 있는 듯한 현실 속 장면과 강렬하고 풍성한 색채로 꽉 채운 상상 속 장면의 대조가 규칙적인 리듬과 함께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줄리어스는 자신만에 세계에 푹 빠져 있는 아이다. 엄마, 아빠가 식사 때마다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놓고 줄리어스를 부르지만, 줄리어스는 매번 '지금 당장은 같이 못 먹는다'고 대답한다. 지금 줄리어스는 먹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줄리어스가 이야기하는 중요한 일이란 무엇일까?
처음에 줄리어스는 의자 세 개와 낡은 커튼, 기다란 빗자루로 방 안에 작은 집을 만드느라 바쁘다고 대답한다. 아빠는 말없이 쟁반에 먹을 것을 담아 줄리어스에게 가져다준다. 저녁때가 되자 이번에도 줄리어스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못 먹는다고 말한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구멍을 파는 중이기 때문이라는데….
최근작 :<크리스마스 선물>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 ,<비룡소 그림동화 베스트 리커버 세트 (리커버 5권 + 수첩 5종)> … 총 347종 (모두보기) 소개 :1936년 영국 서리 주의 파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일거리를 찾아 지방 곳곳을 옮겨 다녀야 하는 가정 환경 때문에 주거용 트레일러에서 지낸 그는 자유주의 교육을 하는 섬머힐 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런던 센트럴 아트스쿨에서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 2년 동안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자유롭고 진보적인 환경은 훗날 그에게 《지각대장 존》,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같은 작품의 좋은 재료가 되었다. 1963년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1970년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다. 헬린 옥슨버리와 결혼해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와 어른의 시선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아이의 내면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가,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는 작가, 동물과 어린이를 사랑하는 작가라는 평을 받아왔다. 그동안 《알도》, 《비밀 파티》, 《마법 침대》 등 수십여 편의 작품을 선보였고, 영국의 대표 작가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최종 후보에 여러 번 이름을 올렸다. 2019년 1월 영면하였다.
최근작 : … 총 17종 (모두보기) 소개 :아동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뒤 번역도 하고 어린이 책도 만들고 있어요. 옮긴 책으로는 《이건 상자가 아니야》, 《메리와 생쥐》, 《꿈꾸는 레모네이드 클럽》, 《줄리어스, 어디 있니》 등이 있어요.
식사 시간을 지키지 않는 아이 때문에 걱정이라고요?
존 버닝햄의 그림책에서 답을 찾아보세요!
아이들에겐 밥 먹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들이 있다
좋은 그림책 작가들은 대부분 보통의 어른들보다 아이들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이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낼 줄 안다. 존 버닝햄은 그 가운데 첫손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작가다. 버닝햄의 작품 속 아이들은 종종 어른 입장에서 볼 때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등굣길에 악어를 만나 지각을 했다거나 생명이 없는 토끼 인형을 친구로 생각한다거나 심부름을 갔다 오는 길에 동물들이 시비를 걸어 왔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줄리어스, 어디 있니?>의 주인공 역시 자신만에 세계에 푹 빠져 있는 아이다. 엄마, 아빠가 식사 때마다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놓고 줄리어스를 부르지만, 줄리어스는 매번 '지금 당장은 같이 못 먹는다'고 대답한다. 지금 줄리어스는 먹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는 상상의 세계를 시치미 떼고 그리다
줄리어스가 이야기하는 중요한 일이란 무엇일까? 처음에 줄리어스는 의자 세 개와 낡은 커튼, 기다란 빗자루로 방 안에 작은 집을 만드느라 바쁘다고 대답한다. 아빠는 말없이 쟁반에 먹을 것을 담아 줄리어스에게 가져다준다. 저녁때가 되자 엄마, 아빠는 막 오븐에서 꺼낸 양고기 요리와 통감자 구이에 맛있는 푸딩까지 준비해 줄리어스를 부르지만, 이번에도 줄리어스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못 먹는다고 말한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구멍을 파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슬슬 부모님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법한데 줄리어스의 엄마는 또 다시 쟁반에 음식을 담아 아이에게 가져다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도 부모님은 식사를 준비하고 줄리어스를 부르는데 줄리어스의 대답은 어제보다 한술 더 뜬다. 낙타를 타고 나일 강 근처에 있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오르는 중이라 같이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아빠는 낙타가 마실 주스까지 쟁반에 담아 줄리어스에게 가져다준다. 이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줄리어스의 아빠는 쟁반을 든 채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을 지나고 있다. 줄리어스가 빠져 있는 상상 속 세계와 끼니때가 되면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해야 하는 현실의 세계가 아무렇지 않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줄리어스, 스스로 식탁 의자에 앉다
부모는 아이의 성장, 발달에 따라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줄리어스, 어디 있니?>에서 줄리어스의 엄마, 아빠는 상상 속에서 온 세계를 여행하느라 식사 때마다 자리를 비우는 아이를 한없는 인내심으로 기다려 준다. 게다가 식사 때마다 매번 다른 메뉴를 준비해 줄리어스에게 들으라는 듯이 음식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알려 준다. 심지어 뒤로 갈수록 식사 메뉴가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지기까지 한다.
여느 때보다 정성껏 감자와 당근을 넣고 푹 끓인 양고기와 아주아주 부드러운 푸딩을 준비한 어느 저녁, 엄마는 줄리어스를 위해 오늘은 어디에다 음식을 가져다주어야 할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면, 놀랍게도 줄리어스가 식탁 의자에 앉아 있다. 아빠는 언젠가 줄리어스가 스스로 자리에 앉을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오늘 밤에는 줄리어스가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다오.”라고 대답한다.
줄리어스와 떠나는 상상 속 세계 여행
이 책에는 줄거리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만한 다양한 요소들이 들어 있다. 그중 하나는 식사 때마다 부모님이 준비한 음식들이다.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 콘플레이크, 샌드위치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익숙한 것도 있고 캐서롤, 롤리폴리 푸딩, 사과 크럼블처럼 조금은 낯선 것도 있지만 음식의 이름을 아는 재미를 주고자 원래의 명칭을 살리고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도왔다.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줄리어스의 상상 속 세계를 살펴보는 일이다. 처음에 줄리어스는 방 안에 작은 집을 짓기 시작해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구멍을 뚫더니 어느새 이집트 네파투티움 왕의 피라미드, 중앙아프리카의 롬보봄보 강, 러시아 노보스키 크로스키 지방의 황무지, 티베트의 창가베낭 산, 페루의 치코니코 강 같은 온갖 이국적인 장소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물론 나라 이름을 제외한 이 지명들은 실재하지 않으며 줄리어스의 상상에서 나온 것이다.
존 버닝햄 특유의 조금은 비어 있는 듯한 현실 속 장면과 강렬하고 풍성한 색채로 꽉 채운 상상 속 장면의 대조 또한 규칙적인 리듬과 함께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