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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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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문학가 백인 사위와 세상풍파를 헤치며 살아온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델리(편의점) 운영기. <마이 코리안 델리>는 이 무모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통해 저자가 느낀 가족, 사랑, 문화 충돌, 돈, 문학에 대한 다큐멘터리이자, '고상한 속물 백인'에서 '명예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난 남자의 감동 드라마이다.
전형적인 청교도 집안의 인류학자 아들로 태어난 보스턴 출신의 벤 라이더 하우. 명망 높은 문예지 「파리 리뷰」에서 중견 편집자로 여유로운 직장 생활을 즐기던 그는 집 장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인 타이슨이라고 불리는 장모네에서 잠시 처가살이를 시작한다. 장인과 속옷까지 나눠 입게 되는 처가의 낯선 문화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던 중, 한국인 부인이 제안으로 오직 행동뿐인 장모와 함께 브루클린의 델리를 운영하면서 가족, 문화 충돌,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탐험을 시작한다. 1부는 이민자 사업가 태도로 똘똘 뭉친 장모와의 삐걱거림, 좁은 가게 안에서 부딪치는 괴짜 죽돌이 단골들과의 기싸움, 조폭 같은 도매상과의 줄다리기 거래, 법령 단속반까지 매일매일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위트와 유머를 버무린 배꼽 빠지는 일화들이 가득하다. 반면 2부는 델리를 운영하면서 변화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세상과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주변 인물들(케이, 드웨인, 조지)을 이야기하며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1부 : 뉴욕 이민자들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고통과 환희의 연대기.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배꼽 빠지는 일화들을 늘어놓는 이 책과 사랑에 빠지지 않기란 힘들다. : 가벼운 터치로 문학, 인종, 계급, 가족 같은 현실적 문제를 다루며, 자기비하의 유머로 독자를 즐겁게 하는 작품. : 한국인 구멍가게에서 ‘구원’을 찾은 백인 문학편집자의, 마음 따뜻하게 해주는 모험담. : 마이 코리언 델리는, 예상했던 대로 한국인 델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또한 사랑, 문화충돌, 가족, 돈, 문학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더구나 매우 재미있고 통렬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슬림짐 육포와 비타민워터 한 병을 들고 앉아서 즐겨보시길. : 『마이 코리안 델리(My Korean Deli)』의 표지에는 부제처럼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훌륭한 요약이다. 저자인 벤 라이더 하우는 한국인 장모를 통해 한국 이민 사회의 그늘과 빛을 모두 경험한다. 생존과 성공을 위해 억척스럽게 일하면서도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속성을 동시에 지니는 장모 세대의 가치관과, 저자인 벤 라이더 하우의 합리적이지만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청교도 백인 중산층 문화가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한국과 미국, 백인과 흑인, 문학의 과거와 미래 사이의 긴장 관계도 문제 삼고 있다. 이런 문제를 무겁지 않고 날렵하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서술하는 매력이 크다. 하지만 이 책의 더 큰 매력은 흔히 다문화시대에서의 상호 교류 문제를 담은 책들이 빠지기 쉬운 손쉬운 해결이나 안이한 전망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족이나 계급, 인종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충돌하는 삶의 현장에서 그가 도달한 결론은 “어쩌면 삶이란 게 원래 일관되지 못한 것 아닐까. 뉴욕도 일관되질 못하다. 일관성을 강요할 필요가 뭐 있을까 싶다”(298쪽)이다.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이 초래하는 자국화나 동일화의 위험을 경계하면서, 서로 다름에 대한 성숙한 이해와 상호 인정이 다양성의 진정한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구체적 통찰이 전해진다. 남과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나가 됨으로써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특수성이 아닌 개체성에 대한 인식이 돋보이는 책이다. 한국에도 이런 델리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1년 7월 9일자 '한줄 읽기'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1년 7월 9일자 - 한겨레 신문 2011년 7월 16일 교양 새책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1년 7월 30일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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