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을 통해 요르단 강 서안, 골란고원, 가자 지구, 시나이반도를 점령하고 중동의 지도를 영원히 바꾸고자 했다. 이 책은 6일전쟁에서 시작되어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역사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폭넓은 1차 자료를 공개한다. 저자가 수십 년에 걸쳐 직접 만났던 이스라엘 고위 공직자, PLO 간부, 하마스 무장 전사, 노동자와 학생 등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육성 증언. 그리고 팔레스타인 수반 아라파트, 라빈과 바라크를 비롯한 역대 이스라엘 총리,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을 비롯한 역대 미국 대통령, 각국 외교관과 유엔의 중동 특사 같은 국제 정치의 핵심 인사들 사이에 오간 일급비밀 메모와 이제껏 공개되지 않은 서신, 정상들의 대화록과 전화 통화 녹취록까지.
전문가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현지 팔레스타인인의 삶과 이스라엘 점령 체제의 구축.심화 과정, 그리고 뉴욕.오슬로.카이로 등지에서 펼쳐진 국제 외교의 현장이 생생하게 재구성된다.
추천사
자료에 관한 일러두기
개인적인 일러두기
서문
‘점령’에 관한 일러두기
지도
1부 | 첫 10년, 1967~1977
1장 아브라함의 땅, 서안 지구와 예루살렘
예루살렘의 변화 | 다얀의 ‘보이지 않는 점령’ 방침 | 일방통행 다리 | 난민 작전 | 교과서 싸움 | 점령지 관리 지침 | 게릴라 축출 | 유대인 정착 | 알론 계획 대 다얀 계획 | 토지 수탈의 합법화 | 헤브론 사태 | 국왕을 설득하라 | 식민지화 | PLO, 약하게나마 살아 있는 불씨 | 점령의 맨얼굴
2장 가시투성이 장미, 가자 지구
군정과 추방 | 가자 반란 분쇄 | 가자 지구의 식민지화
3장 착한 가난뱅이의 나라, 골란고원
인종 청소, 남겨진 드루즈파 | 지리・사회적 변형 | 저항과 전쟁
4장 이집트에 반환되어야 할 땅, 시나이반도
식민 정책 | 전쟁과 타협
2부 | 두 번째 10년, 1977~1987
5장 평화협상의 첫발을 뗀 리쿠드당 집권기
빗장을 푼 라바트 회담 | 캠프데이비드 회담 | 캠프데이비드협정 이행 과정 | 봄의 봉기 | 골란 주민의 시민권 거부 투쟁 | 레바논 침공과 마을연맹의 종말
6장 1987년 검은 12월
봉기에 나선 사람들 264 | 이스라엘의 검은 12월
3부 | 전쟁과 외교, 1987~2007
7장 인티파다
UNLU(전국봉기지도자연합) | 이스라엘군의 반격— 구속, 고문, 통행금지, 마을 봉쇄, 가옥 파괴 | 아부 지하드 암살 | 요르단 국왕의 정치적 결별 선언 | 팔레스타인 독립 선언 | 골절 정책과 샤미르의 평화 계획
8장 걸프 전 마드리드 오슬로, 1991~1995
마드리드 평화회의 | 협상 테이블 복귀 | 역사적인 악수 | 제2단계 오슬로협정—실행 방안 | 평화의 노래
9장 잃어버린 기회, 1995~1999
터널 폭동 | 헤브론 분할 | 하르 호마 | 분쟁의 격화 | 이스라엘 야당과 팔레스타인의 공모
10장 골란 먼저, 1999~2000
다시 시작된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대화 | 알아사드의 호의 | 참담한 결말
11장 2차 캠프데이비드 협상, 2000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 | 불길한 전조
12장 알아크사 인티파다, 2000~2001
빌 클린턴의 최후 시도 | 잃어버린 기회
13장 샤론과 아라파트, 2001~2004
끊이지 않는 유혈 사태 | 방호벽 작전 | 가자 지구의 전쟁범죄? | 로드맵 | 아리엘 샤론의 장벽 | 폭력의 악순환으로 돌아가다
14장 일방적 철수의 대가, 2004~2007
샤론의 보상 요구 | 아라파트 독살설? | 일방적인 철수, 그러나 끝나지 않은 점령 | 다섯 번째 10년에 들어선 점령 체제
지은이 후기―다섯 번째 10년의 한복판에서
가자 봉쇄 | 화약고 폭발 | 미래에 관하여
옮긴이의 말
아랍-이스라엘 분쟁 연표
참고문헌
후주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 교수 겸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 “나는 이 책에서 두 가지 놀라운 사실에 직면했다. 바로 이스라엘군 장교 출신 역사가에 의해 불편한 진실이 기록되고 증언되었다는 점이다. 자칫 매국노로 취급되기 쉬운 상황에서 참회록 같은 그의 고백은,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한 가지 가능성이 되어 언젠가는 세상을 바꾸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던져준다. 둘째는 전공자들조차 접근할 수 없는 일급비밀 문서와 이제껏 공개된 적이 없는 각종 자료를 제공하면서, 지난 50년 동안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뤄진 군사적 점령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완벽한 역사 기록으로 구성하고, 이스라엘의 억지 논리와 명분이 어떻게 생성, 변형되어왔는지를 예리하게 포착,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 점이다.”
로렌스 프리드먼 (런던 킹스칼리지 대학 전쟁연구학과 교수, 《전략의 역사》 저자) : “관련자 인터뷰와 새롭게 발굴된 중요한 기록 자료를 바탕으로 치밀한 조사를 거쳐 설득력 있게 쓴, 전략상의 비극에 관한 책이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점령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깨달았을 때조차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했다.”
아비 쉴레임 (이라크 태생 영국 역사학자, 《가디언》, The Iron Wall: Israel and the Arab World의 저자) : 이스라엘의 승리는 승자에게도 저주였다. 그로 말미암아 본래 사회주의 성격이 강한 작은 공동체였던 이스라엘이 식민 제국으로 변모했다. ... 브레크먼이 확보한 고위급 정보의 수준은 독보적이다. 덕분에 그는 일반에 공개되기 어려운 일급비밀 메모, 서신, 정보 보고서 등을 직접 인용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이스라엘 정보요원이 도청한 빌 클린턴 대통령과 시리아 외교관, 팔레스타인 협상단의 전화 통화 녹취록도 있다. ... 브레크먼은 그 저주받은 승리에서 비롯된 분쟁을 명석하게 설명하면서 상세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 가학 행위를 즐기는 군인, 아랍인 수감자에게 가해지는 고문, 제도적인 인권 침해, 통행금지와 지역 봉쇄 등 점령을 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저자는 직접적인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
도널드 매킨타이어 (《인디펜던트》) : 이 책은 아주 읽기 좋은 연구서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승리가 어떻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스라엘에게도 비극이 되어갔는지 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훌륭한 출발점이다.
이코노미스트 : 이스라엘 군정 반세기의 산물로, 유대인이 아랍인을 못살게 굴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은 수없이 많다. 아론 브레크먼의 이 책은 그중에서도 수작이다. 저자는 ‘문명개화한 점령’이라는 허울 아래 자행된 무자비한 점령 통치의 실체를 드러내 보인다.
최근작 :<6일 전쟁 50년의 점령> … 총 26종 (모두보기) 소개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6년간 군에 복무하며 포병대 장교로서 1982년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고, 소령으로 전역했다. 1987년 인티파다 발발 후 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가혹하게 진압하는 조국의 정책에 반대하여 이스라엘을 떠났다. 그 후 영국에 거주하면서 1994년 런던 킹스칼리지대학교에서 전쟁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같은 대학의 전쟁연구학과 교수로 있다. 《50년 전쟁(The Fifty Years War: Israel and the Arabs /공저, 1998)》, 《이스라엘의 전쟁: 1947년 이후의 역사(Israel’s Wars: A History since 1947 /2000년 초판, 2016년 4판)》, 《이스라엘의 역사(A History of Israel /2002)》, 《이루기 힘든 평화(Elusive Peace: How the Holy Land Defeated America /2005)》, 《1945년 이후 중동의 전쟁(Warfare in the Middle East since 1945 /ed. Ashgate, 2008)》, 《패배: 레바논의 이스라엘 1982-2012(Defeat: Israel in Lebanon 1982-2012 /2016)》 등 이스라엘과 아랍의 관계와 그 역사를 세밀히 들여다본 책을 썼다.
최근작 :<풀빛 초등 필독서 4학년 세트 - 전4권> ,<둥글둥글 지구촌 문자 이야기> ,<내 친구 이크발> … 총 325종 (모두보기) 소개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번역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피그맨』으로 2012년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어너리스트 번역 부문 상을 받았습니다. 옮긴 책으로 『안녕, 나의 등대』, 『지구에 온 너에게』, 『언덕 너머 집』, 『위니를 찾아서』, 『겨울 봄 여름 가을, 생명』, 『내가 아는 기쁨의 이름들』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친구』, 『책 읽어 주는 로봇』, 『내 친구 이크발』 등이 있습니다.
니케북스
최근작 :<냄새 킁킁> ,<가문비나무의 노래 (10주년 특별판)> ,<매일 읽는 루쉰> 등 총 59종
대표분야 :역사 37위 (브랜드 지수 9,416점), 에세이 50위 (브랜드 지수 25,342점)
추천도서 :<맛, 그 지적 유혹> 음식과 맛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대학에서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하는 정소영 저자를 만난 자리에서도 음식 얘기가 나왔고, 이어서 자연스레 문학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맛, 그 지적 유혹>이다. <맛, 그 지적 유혹>은 책 속 음식에 숨겨진 풍부한 암시와 상징이 책읽기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존의 문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발견하는 즐거움을 얻고, 음식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강력하고 지적인 인문학적 장치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숨 가쁜 국제 협상의 막후 ― 빌 클린턴 대통령을 쥐고 흔든 이스라엘 총리
* 폭력의 악순환 ― 이스라엘의 암살 작전, 하마스의 자살 폭탄
* 하늘에는 드론, 땅에서는 자원 통제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되었어도 이스라엘 점령 체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을 통해 요르단 강 서안, 골란고원, 가자 지구, 시나이반도를 점령하고 중동의 지도를 영원히 바꾸고자 했다. 이 책은 6일전쟁에서 시작되어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역사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폭넓은 1차 자료를 공개한다. 저자가 수십 년에 걸쳐 직접 만났던 이스라엘 고위 공직자, PLO 간부, 하마스 무장 전사, 노동자와 학생 등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육성 증언. 그리고 팔레스타인 수반 아라파트, 라빈과 바라크를 비롯한 역대 이스라엘 총리,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을 비롯한 역대... * 숨 가쁜 국제 협상의 막후 ― 빌 클린턴 대통령을 쥐고 흔든 이스라엘 총리
* 폭력의 악순환 ― 이스라엘의 암살 작전, 하마스의 자살 폭탄
* 하늘에는 드론, 땅에서는 자원 통제 ―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되었어도 이스라엘 점령 체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을 통해 요르단 강 서안, 골란고원, 가자 지구, 시나이반도를 점령하고 중동의 지도를 영원히 바꾸고자 했다. 이 책은 6일전쟁에서 시작되어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역사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폭넓은 1차 자료를 공개한다. 저자가 수십 년에 걸쳐 직접 만났던 이스라엘 고위 공직자, PLO 간부, 하마스 무장 전사, 노동자와 학생 등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육성 증언. 그리고 팔레스타인 수반 아라파트, 라빈과 바라크를 비롯한 역대 이스라엘 총리,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을 비롯한 역대 미국 대통령, 각국 외교관과 유엔의 중동 특사 같은 국제 정치의 핵심 인사들 사이에 오간 일급비밀 메모와 이제껏 공개되지 않은 서신, 정상들의 대화록과 전화 통화 녹취록까지. 전문가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현지 팔레스타인인의 삶과 이스라엘 점령 체제의 구축.심화 과정, 그리고 뉴욕.오슬로.카이로 등지에서 펼쳐진 국제 외교의 현장이 생생하게 재구성된다.
오늘날의 서아시아(중동)는 1967년 6일전쟁으로 만들어졌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 승리해 요르단 강 서안, 골란고원, 가자 지구, 시나이반도를 점령하고, 이른바 ‘문명개화한 점령’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 50년에 걸친 세월을 통해 이스라엘은 ‘점령의 속성은 야만일 뿐 개화되는 문명이 아님’을 증명했을 뿐이다. 심지어 이스라엘 전 국방장관 모셰 다얀조차 만일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 가운데 어느 한 나라로부터 점령 통치를 받아야 한다면 과연 자신의 조국을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과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탄압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을 ‘아랍의 침략에 시달리는 피해자’에서 ‘무자비한 점령군’으로 바꿔놓았다.
점령 종식을 목표로 한 외교적 시도들은 길고 지난했다. 각국의 지도자들은 분쟁을 종식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여러 번 눈앞에서 놓쳐버렸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리 바라크에게 휘둘렸고, 아라파트는 협상 능력이 부족했다. 그러는 사이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요인 암살 작전을 벌였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자살 폭탄을 이스라엘 시내에 터뜨렸다.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되고, 2005년에는 가자 지구에서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일방적 군 철수를 단행했다. 2012년 11월 29일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옵서버 ‘단체(entity)’에서 옵서버 ‘국가(state)’로 격상했다. 하지만 지금도 팔레스타인 땅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종속되어 있다.
점령 체제는 두 겹으로 된 원과 비슷하다. 안쪽 원은 점령군과 피점령민이 일상적으로 어깨를 스치는 영역, 바깥쪽 원은 현장에서 얼마간 떨어져서 점령을 논하는, 정치가.외교관.외교 사절들이 활동하는 영역이다. 안쪽 원과 바깥쪽 원은 밀접하게 맞물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책은 점령 치하에 놓인 팔레스타인의 일상생활사와 국제 외교 현장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3부로 이뤄진다. ‘1부 첫 10년, 1967~1977―팔레스타인, 납치된 신부’에서는 1967년 6월 이스라엘군이 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 지구, 가자 지구, 시나이반도, 골란고원을 점령한 과정부터 이들 네 지역에서 처음 10년 동안 이스라엘 점령 체제가 구축되어간 과정이 체계적으로 펼쳐진다.
1967년 6일전쟁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운 아랍측 상대국은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다(이라크군도 동맹군으로 참전했다). 전쟁 결과 요르단은 서안 지구를 잃고, 이집트는 가자 지구와 시나이반도를, 시리아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에 빼앗겼다. 그중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은 전통적으로 이집트와 시리아의 영토였기에 이스라엘인들도 언젠가는 반환해야 할 땅으로 여겼다. 그러나 요르단 강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는 1948년 1차 아랍-이스라엘 전쟁 결과 요르단과 이집트가 병합했던 곳으로, 이스라엘인들에게는 야훼 하느님이 약속한 ‘유대와 사마리아’ 땅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마을 자체를 없애버리면서 이 땅에 대대로 살아온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을 가능한 한 좁은 구역에 몰아넣었다.
‘납치된 신부’라는 말은 1967년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었던 모셰 다얀의 말에서 따왔다. 모셰 다얀은 팔레스타인 여성 시인 파드와 투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는 한 남자와, 그 남자에게 납치된 여자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고 그와 결혼하고 싶지도 않지만 일단 아이들이 태어나면 남자는 아이들의 아버지, 여자는 아이들의 어머니가 됩니다. 그때가 되면 이제 납치는 문제가 안 됩니다. 지금 당신네 민족은 우리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지요. 하지만 우리는 당신들에게 우리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본문 109쪽)
‘2부 두 번째 10년, 1977~1987―기댈 곳은 없다’에서는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점령 체제에 저항해 일으킨 봉기, 인티파다의 기습적인 시작과 끝을 살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6일전쟁 전에 팔레스타인 땅의 주인 노릇을 했던 요르단 왕이나 이집트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고향을 되찾아주길 기대했지만, 곧 스스로 돌멩이를 들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1979년 아랍의 강국인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어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처지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모든 희망을 잃었습니다……. 아랍 국가들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구나 싶습니다. …… 우리의 대표로 여겼던 PLO도 무엇 하나 성취하지 못했습니다.”(가자 지구 전 민정장관 라샤드 알샤와, 본문 272쪽)
“이제 [점령지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아요……. 이제 문제는 [점령지] 밖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하느냐는 것입니다. 외부 사람들은 내부 사람들의 ‘메아리’가 되어야 합니다.”(PLO 간부 야세르 아베드 랍보, 본문 272쪽)
‘3부 전쟁과 외교, 1987~2007―잃어버린 기회’에서는 1987년에서 2007년까지 20년을 다뤘다. 이때는 점령의 ‘안쪽 원’과 ‘바깥쪽 원’이 극적으로 뒤얽혔던 시기다. 1차 인티파다와 2차 인티파다가 무서운 기세로 지속되는 한편, 이를 계기로 마드리드 회의, 오슬로 협상, 1-2차 캠프데이비드 협상 등 점령 종식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 협상이 여러 차례 좌절을 거듭하며 진행되었다. 저자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진정 비극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 양측이 고비마다 놓쳐버린 기회들을 짚어본다.
저자는 이 책을 “완결이 아닌 ‘진행 중인 저술’로 여긴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이 종식되는 날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계속해서 이 책에 덧붙이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2014년에 나온 원서는 1967년부터 2007년까지를 다뤘지만, 2016년에 나온 한국어판에는 말미에 2007년부터 2014년 전후까지의 상황이 (비교적 간략하게나마) 보태졌다.
서두에는 책의 개요와 성격, 집필 의도를 밝힌 서문과 함께, 점령지를 둘러싼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 지도 7장, 이스라엘군 장교 출신으로서 아랍-이스라엘 분쟁의 역사에 천착하게 된 계기를 밝힌 ‘개인적인 일러두기’, 점령 개념 논쟁을 정리한 ‘점령에 관한 일러두기’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