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속삭인다>, <대답은 필요 없어>, <스나크 사냥> 등, 현대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미야베 미유키 선집을 출간해온 북스피어에서, '미야베 월드 제2막'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시대 미스터리'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 첫 작품인 <외딴집>은, 죄인이 유폐된 저택에 하녀로 살게 된 소녀 '호'와 악령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남자의 유대를 그린다.
소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에도에서 멀리 떨어진 시코쿠의 작은 마을인 마루미 번. 호는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나 '바보의' 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불행한 소녀다. 태어난 집에서도 쫓겨나 머나먼 마루미 번에 도착하지만, 결국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악령이 산다고 하는 '마른 폭포 저택'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처지가 된다.
가가 님은 막부가 유폐를 명한 죄인으로 쇼군의 총애를 받아 막부의 중직을 맡았으나 귀신에 씌어 아내와자식, 부하를 살해한 악귀로 몰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가가 님이라는 '외부인'이 등장하면서 번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사고와 유행병 등의 원인은 모두 그의 탓이 되고,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생긴다. 그들이 일으키는 사건이 늘어날수록 가가 님을 향한 마루미 번 사람들의 막연한 불안과 증오는 점점 커져만 간다.
이야기는 정보 조작, 은폐를 통한 지배와 조종에 대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개인의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 사회의 비정함을 낯설고 조심스러운 '외부인'의 시선으로 드러내는 '가가 님'이란 캐릭터는, 막부 말기의 신하였던 '도리이 요조'가 실존 모델. 도리이 요조는 에도 시대 초기의 봉건적인 농업사회를 복원하기 위해 실시했던 덴포 개혁(天保改革)의 주요 인물이었다.
수상 :2013년 일본 서점대상, 2007년 일본 서점대상, 2007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2002년 시바료타로상, 1998년 나오키상, 1997년 일본 SF대상, 1993년 야마모토 슈고로상, 1992년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1991년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최근작 :<청과 부동명왕>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 총 535종 (모두보기) 소개 :1960년 일본 도쿄, 후카가와에서 태어났다. 스물세 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이 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수학했다. 1987년에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은 단편《우리 이웃의 범죄》로 데뷔했다. 그 후《마술은 속삭인다》(1989)로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용은 잠들다》(1991)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화차》(1993)로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 《가모우 저택 사건》(1997)으로 일본 SF대상을, 《이유》(1999)로 나오키상, 《모방범》(2001)으로 마이니치 출판대상 특별상, 《이름 없는 독》(2006)으로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군림한다.
어렸을 때부터 시대 소설과 대하드라마를 좋아했던 아버지 덕에 많은 작품을 접하고, 시대물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에도에 사는 사람들의 인정을 그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한《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1991)를 시작으로, 초능력자가 등장하거나 괴담과 미스터리를 접목한 작품들, 또는 하급 관리 주인공이 괴이한 사건을 수사하는 시대 미스터리를 썼다. 저자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후카가와를 배경으로 한 작품과 더불어 봉건 사회를 사는 서민의 고통에 주목한 사회파 시대 미스터리《외딴집》(2005)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미스터리와 접목한 작품을 속속 발표해 기존 시대 소설 독자뿐 아니라 시대 소설을 읽기 어려워하는 독자들까지 동시에 사로잡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벚꽃 다시 벚꽃》《세상의 봄》 《안주》 《낙원》 《희망장》 등이 있고, 2012년 국내에서 영화화된 《화차》 외에도 《대답은 필요 없어》 《스나크 사냥》 《모방범》 《이유》《고구레 사진관》 《솔로몬의 위증》 등 다수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었다.
현재 하드보일드 작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澤在昌), 미스터리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京極夏彦),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이렇게 세 사람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大極宮'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Photo ⓒ Satoshi Toge
최근작 :<망량의 상자 세트 - 전2권> … 총 189종 (모두보기)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고 출판 기획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그 소문 들었어?〉, 〈아기 다람쥐의 크리스마스〉, 〈첫 번째 질문〉, 〈마르가리타의 모험〉 시리즈 외 다수가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의 말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바다토끼가 나는 여름의 폭풍우 치는 날, 정신 이상으로 아내와 자식, 신하를 죽였다는 소문이 도는 막부의 중신 ‘가가 님’이 마루미 번에 유배된다. 이후 가가 님의 악행을 방불하게 하는 독사(毒死)와 유행병 등, 각종 괴이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마을 사람들은 괴이한 사건들 모두가 ‘가가 님’의 저주 때문이라고 두려워해, 마을 안에는 그것을 이용해 각자의 ‘불온한 목적’을 이루려는 움직임도 있다. 바보의 ‘호’라는 이름을 가진 천애고아인 하녀만이 ‘가가 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지만.... 죄인이 유폐된 저택에 하녀로 살게 된 무구한 소녀 ‘호’와, 악령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남자의 유대를 그린 혼신의 시대 장편 대작.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 걸작 장편!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 사회가 낳은 문제와 함께,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한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을 쓰는 작가로 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본에서 지금까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리스트를 살펴보면 현대 미스터리 작품의 수만큼, 시대미스터리 작품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그녀의 시대 소설 작품을 먼저 접하고 팬이 된 독자들이나, 미야베 미유키라면 역시 시대물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굳건한 고정 독자층이 존대한다. '시대물은 어려워서 읽기 싫다'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도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라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독자들도 많으면, 현대물에 못지않은 판매고 또한 이를 입증한다. 북스피어는 현대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한 '미야베 월드'에 이어,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 미스터리 '미야베 월드 제2막'의 첫 작품으로 『외딴집』을 소개한다.
정보 조작, 은폐를 통한 지배와 조종이 부르는 결과
"에도 시대의 번 단위의 세계는 매우 작아서, 어느 정도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거의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서민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살짝 보이는 것에도 매우 무서워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도중에 좌절하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도망칠 곳은 점점 사라져 간다. 현대소설에서 이러한 것들은 매우 힘듭니다. 지금이라면 인터넷을 무기로 하면 단 한 사람의 시민이 사회 문제르 파악할 수도 있으니까요. 진실은 감춰져 있고, 호소할 수단조차 없던 시대를 살아 온 서민들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겠지요." (「마이니치 신문」2005년 7월 14일 도쿄석간 인터뷰 中)
『외딴집』출간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야베 미유키는 『외딴집』이라는 작품을 통해 정보 조작, 은폐를 통한 지배와 조종에 대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외딴집』의 마루미 번 사람들은 정보 조작과 은폐가 유발하는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고, 평화롭던 마을은 큰 소란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이루어지는 정보 조작과 은폐는 『외딴집』에 등장하는 마루미 번 위정자들의 방식이 훨씬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훨씬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의 정보 은폐는 '정보의 과잉' 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한, 거대 권력이나 이익에 좌우되어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의 기사게시가 결정되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정보의 우선순위'를 통제하는 것만으로 교묘하게 정보를 제한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각종 매체의 발달은 우리가 좀 더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뜬소문이나 거짓에도 더 쉽게 노출되고, 예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속도로 악의적인 소문이나 거짓을 광범위하게 유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수많은 거짓 정보들이 하나의 진실을 가리고, 그 거짓 정보들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보차 인식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더 무서운가.
이와 함께 『외딴집』은 '번의 존속을 위해서' 라는 명분으로 번 안에 살고 있는 서민들에게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 사회의 비정함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외딴집』에서 제기하고 이는 이러한 문제들은 비단 에도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사백여 년 전, 일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가 무심해 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그린 '외부인'의 깊은 고독과 소외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소설은 저자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에도 후카가와를 무대로 한 작품이 많지만, 『외딴집』은 에도에서 멀리 떨어진 시코쿠의 작은 마을, 마루미 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그런 탓에 상권에서는 마루미 번의 풍경이나 지배구조 등에 대한 설명과 묘사가 중심이 되어 진행이 더딘 느낌을 준다. 미야베 미유키가 마루미 번의 '외부인'이므로, 작가 스스로 낯선 장소인 마루미 번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설고 조심스러운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이 작품에서는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외딴집』의 주인공들인 '가가 님'과 '호'는 모두 에도에서부터 자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루미 번에 흘러 들어온 '외부인'이기 때문이다. 호는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나 '바보의 '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불행한 소녀이다. 태어난 집에서도 쫓겨나 머나먼 마루미 번에 도착하지만, 결국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부정함의 근원이며, 악령이 산다고 하는 '마른 폭포 저택'에서 고용살이를 하는 처지가 된다.
가가 님은 막부가 유폐를 명한 죄인으로 쇼군의 총애를 받아 막부의 중직을 맡았으나 귀신에 씌어 아내와 자식, 부하를 살해한 악귀라고 여겨지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가가 님이라는 '외부인'이 등장하면서 번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사고와 유행병 등의 원인은 모두 그의 탓이 되고,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이 생긴다. 이러한 자들이 일으키는 사건이 늘어갈수록 가가 님을 향한 마루미 번 사람들의 막연한 불안과 증오는 점점 커져만 간다.
이 작품에서 '외부인'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마루미 번 사람인가? 아닌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루미 번에서 태어나고 자란 17세 총명한 소녀 우사는 어부 마을을 떠나 해자 바깥 마을에 들어와 마루미 번의 치안을 담당하는 하급관리인 히키테 견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부 마을에 가면 어부 마을을 떠난 사람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히키테 막사에 돌아오면 ‘어부 마을 출신이라 넌 이 마을 사정을 모른다’는 무시와, ‘여자 주제에 히키테는 어림없다’는 비아냥에 시달린다. ‘해자 바깥 마을에 거주하는 남성’이 아닌 우사는 의욕적으로 일했고, 재능도 있었지만 결국 히키테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외딴집』에 등장하는 ‘외부인’들은 서로의 고독을 알아보고 위로한다. 우사와 호가 서로 자매의 정을 나누는 부분이나, 마른 폭포 저택에서 호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가 님을 찾아뵈어 안부를 묻고, ‘오늘 있었던 특별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습자와 주산을 공부하는 부분은 어두운 음모와 마을 사람들의 불안이 교차하는 소설 속에서 가장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미야베 미유키는 ‘외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부인’의 편협함으로 인한 ‘외부인’의 소외감과 고독, 그리고 구원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가가 님’의 실존 모델 - ‘요괴’로 불린 남자 도리이 요조
저자가 직접 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마루미 번의 모델은 사누키 마루가메 번이고, 유배된 죄인인 ‘가가 님’의 모델은 막부 말기의 신하 도리이 요조(鳥居耀?)이다. 도리이 요조는 양학을 경시하고 쇄국정책을 지지했으며, 에도 시대 초기의 봉건적인 농업사회를 복원하기 위해 실시했던 덴포 개혁(天保改革)의 주요 인물이었다. 덴포 개혁 중 재정상의 곤란과 민중의 궁핍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실시한 도리이의 시정 단속은 매우 엄격했으며 사상과 문화에 대한 통제로 이어졌다. 게다가 함정수사를 주요 수단으로 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로부터 ‘요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덴포 개혁 말기, 개혁을 주도한 미즈노 다다쿠니를 배신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에 성공한 도리이는 이후 미즈노가 복귀하면서 직무태만, 부정을 이유로 해임되어 유죄를 받고, 메이지 유신 때 사면을 받을 때까지 20년 이상을 마루가메 번에 유배된다.
마루가메에서 도리이는 유배지에서의 무료함도 달랠 겸, 젊은 시절부터 터득했던 한방에 대한 소양을 살려 유폐 저택에서 약초를 재배하면서 자신의 건강유지 뿐만 아니라 영민들도 치료하기 시작한다. 유학자 집안 출신으로 학식도 풍부했던 도리이에게 마루가메의 번사들은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 방문했고, 그들로부터 존경 받게 되었다. 이렇게 연금되어있던 시절의 도리이 요조는 ‘요괴’라는 소리를 들으며 미움 받던 관리 시절과는 반대로 마루가메 번의 사람들로부터는 존경과 감사의 대상이 되었다.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에서는 시대소설,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서 악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도리이 요조를 소재로 하면서도 기존의 해석에 머물지 않는다. 가가 님은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악귀’ 취급을 받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등장인물 누구보다도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외딴집』의 등장인물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