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상을 비롯해 일본 문단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차례로 휩쓴 가와카미 히로미의 첫 연작소설집.
<선생님의 가방>과
<뱀을 밟다>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잘생기고 능력있고 성격좋은, 한마디로 잘나가는 남자 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담이 그려진다.
니시노와 사귀거나 잠시 스쳐가거나, 인연을 맺었던 열 명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그를 같이 있을 때는 더없이 편안하고, 적당히 응석 부릴 줄 알고, 어딘가 쓸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영원히 자기 것이 될 수 없을 것 같은 가벼운 풍선 같은 존재라고 평한다.
땅에 발을 딛고 굳건히 선 당당한 여인들은 그의 그런 점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라고 여긴다. 여자들은 모두 니시노 유키히코를 떠나지만, 떠난 후에도 니시노 유키히코는 완전히 잊을 수 없는 존재다.
이어지는 이야기들 속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으려 애쓰는 니시노 유키히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용하고 들뜨지 않는 작품의 분위기, 작가 특유의 가볍고 무관심해 보이는 문체가 눈에 띈다. 열 번의 연애와 사랑을 통해 사랑의 의미와 존재의 머물 곳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
파르페
풀숲에서
밤인사
두근두근해
늦여름의 왕국
통천각, 하늘로 통하는 문
깊이 깊이 외롭다
마리모
포도
수은체온계
- 옮긴이의 글
오근영 (옮긴이)의 말
처음 읽고 난 느낌은 온종일 내리던 비가 잠시 멎었을 때의 그 쓸쓸함. 그 조용한 여운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 그런. 그래서 이 작가를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이 열 편의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이라고. 과연 니시노 유키히코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을까, 그리고 그를 사랑한 열 명의 여자들은 또 그들의 자리를 찾았을까. 번역을 마치면서 스스로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나는 나의 자리를 찾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