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 무대 연출.기획자, 번역가로 내공을 쌓은 김정환이 번역을 맡은 셰익스피어 전집. 5차에 걸쳐 출간될 예정이며, 이번에 출간된 1차분에는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폭풍우> 등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5권이 포함되어 있다.
2차분에서는 피라모스와 테스베의 전설을 각기 비극과 희극 형식으로 다룬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외에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좋을 대로 하시든지>, <틀렸어 코메디> 등 7권이 출간될 예정이며, 3차분에서는 영국 사극 11편이, 4차분에서는 그리스 로마 사극 9권이, 그리고 마지막 5차분에서는 나머지 희극과 소네트가 출간될 예정이다.
'셰익스피어 연극, 고전의 기둥'을 주제로 출간된 1차분에는 난해하고 누추한 삶의 부조리와 불행한 시대의 균열을 너그러운 희극 형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예술가 셰익스피어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작 5권을 담았다.
1600년부터 1606년 사이에 발표된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가 자본주의 혁명이 진행되던 시기, 인간 군상들이 대면해야 했던 난해한 삶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예감을 극단적인 비극 형식에 담았다면, 1611-12년에 집필된 <폭풍우>는 웃음의 철학으로 비극적 상황을 해결하는 희극 미학을 극명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오셀로>에서 고귀한 가문에 아름다운 숙녀 데스데모나는 가문보다 고귀하고 용모보다 진실한 그녀의 영혼이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온 오셀로의 영혼을 선택한다.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사랑! 그러나 오셀로의 마음에 스며든 의심의 그림자가 진실의 상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극도의 질투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데스데모나를 목졸라 죽이고, 자신도 파멸에 이르는 오셀로의 죽음은, 믿음은 대상의 본질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인 주체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간교한 이아고의 혀 놀림에 의해 객관적인 사실이 부인되고, 그 위에 허위의 성이 구축되는 상황 논리의 발전이 불러일으키는 긴장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오셀로의 마음에 질투를 불어넣는 이아고의 악의는 또한 얼마나 사소한 질투심에서 비롯되었던가! 나는 이아고인가, 오셀로인가?
1. 셰익스피어 전집을 출간하며
인류 전체의 역사에서 초유한 경험이라 할 수 있는 ‘시간과의 전쟁’을 마주한 현대인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과 함께 ‘시간성을 초월한 가치’에 대한 강력한 향수를 느끼게 되었고, 이는 ‘고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세계사적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는 소득과 교육, 문화 수준이 높아진 결과 ‘원전의 맛’을 제대로 살린 작품을 보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있으며, 교육적으로도 인문학적 바탕이 논술을 비롯해 교과 공부에 도움이 되고, 문화 콘텐츠를 창출해내는 원천 지식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도서출판 아침이슬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서양 예술의 절정인 셰익스피어 전집을 기획하였다. 시인이자 소설가, 무대 연출-기획자, 번역가로 내공을 쌓은 김정환이 번역을 맡고, 국내 최고의 디자인 회사 끄레 어소시에이츠에서 디자인을 맡은 셰익스피어 전집은 5차에 걸쳐 출간될 예정이며, 이번에 출간된 1차분에는 《햄릿》《오셀로》《리어 왕》《맥베스》《폭풍우》 등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5권이 포함되어 있다. 2차분에서는 피라모스와 테스베의 전설을 각기 비극과 희극 형식으로 다룬 《로미오와 줄리엣》《한여름 밤의 꿈》 외 《십이야》《베니스의 상인》《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좋을 대로 하시든지》《들렸어 코메디》 등 7편이 출간될 예정이며, 3차분에서는 영국 사극 11편이, 4차분에서는 그리스 로마 사극 9권이, 그리고 마지막 5차분에서는 나머지 희극과 소네트가 출간될 예정이다.
셰익스피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극) 예술가
동시대 문학비평가 벤 존슨으로부터 이미 “당대뿐 아니라 만세(萬歲)를 통해 통용되는 작가”라는 인정을 받았던 셰익스피어는 S.T. 콜리지, C. 램, W. 해즐릿 등 19세기 낭만파 시인?비평가들에 의해 최고의 예술가로 숭앙되었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본격화된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비평적 연구는 그를 가장 위대한 16세기의 극작가인 동시에 가장 현대적이며 가장 보편적인 작가로 인식시키기에 이르렀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16세기 영국의 전유물을 넘어 ‘고전의 살아 있는 모델’로, ‘인류의 보편적 문화적 성취’로 인정받고 있음은 그의 작품이 세계 각국에서 자국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을 뿐 아니라 무대에서 상연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심오한 인간적 보편을 구현한 서양 예술의 절정
물경 40여 권에 이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내용 면에서 비극과 희극, 역사극과 로망스, 소네트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 자신 극작가-시인이자 배우였고 극단 운영자였던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들을 통해 고대 그리스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치세에 이르는 역사 전체를 인간적 깊이로 전환시켜 심오한 인간 심리의 내면을 역동적으로 그려내는 한편, 보편적 인간 정서와 경험을 마술적 언어로 형상화하였다. 특히 고도로 압축된 시적 대사와 미학적으로 승화된 줄거리를 통해 구체화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캐릭터들은 개별적인 인간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인간형을 감지하고 예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보편을 구현한 서양 예술의 절정으로 평가된다.
김정환과 셰익스피어, 마침내 조우한 두 세계의 ‘언어의 마술사’
극작가-시인이자, 배우이자, 극단 운영자였던 셰익스피어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시적 대사로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 언어의 마술사’로 불린다. 일례로 가장 무대적인 언어로 절묘하게 제련된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그 억양과 분위기와 흐름만으로 등장인물의 성격과 동작을 내면화하여 폭발시킴으로써,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은 등퇴장 말고는 별 지문을 요하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 따라서 셰익스피어 작품의 번역은 탁월한 언어 감각은 물론 인물의 대사 하나로 국면 전체를 장악해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무대적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이번 셰익스피어 전집의 전작 번역을 맡은 김정환은 시인이자 소설가, 무대 연출-기획자로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원작의 산문성과 운문성, 시행의 순서와 비유의 배열까지 최대한 존중하면서 원작이 가진 다층의 의미와 언어의 마술적 유희를 가장 근사하게 재현해내고자 하였다. 잘 쓰인 시 한 편을 읽는 듯한 편안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한글로 된 셰익스피어 작품집의 최종판
문학 작품의 번역은 단순히 한 언어를 또 다른 한 언어로 등치시키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 작품에 담겨 있는 문화적 배경과 역사적 맥락, 인물의 정서를 또 다른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이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창작이라 할 수 있다. 김정환은 이번 작업에서 원작의 정통성과 본연의 맛을 최대한 담보하면서도 셰익스피어 문학에 담긴 다층적인 의미 구조가 우리 독자의 문화적 감성과 언어 경험을 즉자적으로 환기시켜 그 의미와 맛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번역하였다. 한글로 된 셰익스피어 작품집의 최종판을 목표로 기획된 김정환의 셰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셰익스피어 원작에 담긴 과정의 맛을 최대한 살렸다.
제임스 왕 판 《성경》과 함께 영어가 민족어로 완성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셰익스피어 희곡 문학은 ‘표현이 탄생하는 과정’을 숱하게 담고 있다. 이번 번역에서는 지나치게 매끄러운 윤문을 피해 셰익스피어 원작이 가진 과정의 맛을 살리고자 했다. 또한 원작에 스며 있는 ‘중세풍’의 맛과 현대풍의 맛, 일상성과 비극적 숭고, 그리고 희극성이 교묘하게 살을 섞는 맛 또한 살리고자 하였다.
▶ 셰익스피어 작품의 완성판인 노튼 셰익스피어를 저본으로 삼아, 일반 독자뿐 아니라 셰익스피어 전공자들이 연구에 참고할 수 있게 하였다.
▶ 운문과 산문이 뒤섞인 셰익스피어 원작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자 운문은 운문으로 산문은 산문으로 번역하여 독자들이 읽으면서 저절로 리듬을 타게 하였다. 또한 주를 별도로 달지 않고 본문에 녹여 작품의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있게 하였다.
▶ 유럽 출판사의 소장본처럼 클래시컬하면서도 가독성이 높은 최적의 본문 디자인, 고급스러운 표지과 장정을 채택하여 보기만 해도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제작하였다.
2. 난해한 삶, 그리고 누추한 정치와 불행한 시대
“셰익스피어 연극, 고전의 기둥”을 주제로 출간된 1차분에는 난해하고 누추한 삶의 부조리와 불행한 시대의 균열을 너그러운 희극 형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예술가 셰익스피어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표작 5권을 담았다. 《햄릿》《오셀로》《리어 왕》《맥베스》 등 셰익스피어의 대표 비극 네 편과 만년작 《폭풍우》가 그것인데, 1600년부터 1606년 사이에 발표된 앞의 네 작품이 자본주의 혁명이 진행되던 시기, 인간 군상들이 대면해야 했던 난해한 삶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예감을 극단적인 비극 형식에 담았다면, 1611-12년에 집필된 《폭풍우》는 웃음의 철학으로 비극적 상황을 해결하는 희극 미학을 극명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영웅적인 무어 인(흑인)으로 베니스 군사령관에 오른 오셀로에게 아름다운 백인 아내 데스데모나가 있다. 오셀로가 이아고 대신 캐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하자 오셀로와 캐시오에 대한 증오-질투에 사로잡힌 간교한 이아고는 오셀로를 추락시킬 음모를 꾸민다. 데스데모나가 캐시오와 밀애를 나누고 있다…. 이아고는 오셀로에게 그런 의심을 짐짓 아뭏지도 않은 암시와 짐짓 강력한 부인(否認)을 통해 조금씩 주입시킨다….
고귀한 가문에 아름다운 숙녀 데스데모나, 가문보다 고귀하고 용모보다 진실한 그녀의 영혼이 수많은 역경을 헤쳐 나온 오셀로의 영혼을 선택한다.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사랑! 그러나 오셀로의 마음에 스며든 의심의 그림자가 진실의 상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극도의 질투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데스데모나를 목졸라 죽이고, 자신도 파멸에 이르는 오셀로의 죽음은, 믿음은 대상의 본질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인 주체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말해준다. 간교한 이아고의 혀 놀림에 의해 객관적인 사실이 부인되고, 그 위에 허위의 성이 구축되는 상황 논리의 발전이 불러일으키는 긴장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오셀로의 마음에 질투를 불어넣는 이아고의 악의는 또한 얼마나 사소한 질투심에서 비롯되었던가! 나는 이아고인가, 오셀로인가?
일상적 사랑의 이면에서 자라는 ‘마음의 지옥’
거짓된 외양에 혹하여 이성을 감정의 통제에 내맡기는 구도는 셰익스피어 희곡 대부분의 주제지만 《오셀로》가 이르는 비극적 결말은 매우 불편하고,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의 관계는 왜곡된 서정의 극치를 이루지만 흑백미추(黑白美醜) 콤플렉스를 구현하는 오셀로보다 더 복잡한 것은 이아고의 심리다. ‘인물’ 이아고의 형상화를 통해 《오셀로》는 일상적 사랑에 묻은 의심과 살기(殺氣), 그것이 이루는 사랑의 ‘마음의 지옥’을 절체절명으로 드러내며 영원히 현대적인 차원에 달한다. 사실 이아고는 오셀로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분신이다.
-역자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