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의 수상록. 침착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서술이 매력적이다. 그는 보수당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내무부 및 재무부 장관과 총리직을 여러차례 지낸 가장 사랑받는 영국 정치인이다. 바쁜 정치생활 속에서 집필한 몇 권의 논픽션은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는데, 그만큼 문재에도 능했다.
덕분에 이 수상록은 여느 수필가의 필치 못지않게 독자들을 유혹한다. 기억 너머에 있는 사건과 사람, 이야기를 툭툭 꺼내 들려주는 솜씨가 여간 출중한 게 아니다. 자신의 역할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재미없게 겸손해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그는 유쾌하고 센스있는 사람이다.
처칠은 1874년, 하원 보수당 당수를 지낸 랜돌프와 '뉴욕 타임스'의 대주주 딸 제니 제롬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말버러 공작이 아일랜드 총독이었을 때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더블린에서 보냈고, 사교에 바쁜 부모님을 둔 까닭에 어린시절을 불행하게 보냈다.
그러나 책은 이런 어린시절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에 처칠이 정치역정에서 선택해야만 했던 결정과 그 결정에 대한 처칠의 평가를 담고 있다. 또는 한순간 모든 것이 날아갈 뻔했던 전장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시기에 무엇을 했고,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와중에서 자신이 무엇을 느꼈는가다. 처칠의 업적과 과실을 그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