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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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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적 굴곡과 국가 이데올로기의 발호라는 문제틀로 한국의 근대를 살펴본다. 일제 독점기에 근대적 지식인들이 추구했던 집단 이념이 국가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민족주의 노선을 견지했던 독립투사의 세계인식이 어떻게 제국주의의 논리(전체주의)와 맞닿는지 설파한다.
한국인들에게 한국 근대사는 '고생 깨나 한 시절'로 기억되지만 국정 교과서는 어려움 속에서도 민족 자존을 지켜내었다는, 수난 극복의 역사를 더 강조한다. 독립투사를 중심으로 근대사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도 그 일단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조국의 독립과 근대화를 주도한 지식인들은 일제의 교육기관에서 교육받은 이들. 박노자는 그들이 받은 교육이 한국의 근대화와 민족국가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주목한다. 박노자에 따르면, 그들은 근대국가의 성립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월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한국의 근대화는 획일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보다는 국가적 가치가 우선했으며, 집단과 이념이 개인보다 먼저였다. 따라서 개인은 한국 근대사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것. 특수 집단의 권익 옹호는 언제나 국가적 이익 앞에서 묵사발되기 일쑤였고, 지금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노동자 파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다. "파업이 국민경제를 좀먹는다" 식의 기사는 노동자 계층의 경제적 요구를 국가주의적 문제로 환원시켜 버린다. 박노자는 이같은 국민적(국가적) 전체주의는 시민사회를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계급과 계층들의 이해관계가 자유롭게 표현되고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 때, 국민(nation)보다 천부인권을 타고난 시민(개인의 권리)이 우선시될 때 근대적 국가 이데올로기는 효력을 잃고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ps. 이 책에는 <탈영자들의 기념비>에 실린 박노자의 글--'국민'이라는 이름의 감옥: 구한말의 국민 담론을 중심으로--이 포함되어 있다. 추천의 글을 대신하며 |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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