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주류 경제학은 여성은 남성보다 더 이타적이라는 관념을 강박적으로 신봉해왔다. 그리고 여성에게 종속을 강요하고 다른 사람의 필요를 우선시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진전으로, 강제된 돌봄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 시장으로 나오면서 가부장적 질서는 부분적으로 와해되고 있다.
가부장제가 지배해 온 경제학은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가족 안과 밖에서 수행되는 돌봄 노동을 이론화하는 데 목소리를 내 온 낸시 폴브레가 설파하는 돌봄 경제학은 시장의 경쟁 압력을 강화하며 돌봄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직면한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노동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가족과 노동시장에서 드러나는 젠더를 포함한 다차원적 차별과 불평등, 돌봄 노동이 젠더 불평등에 갖는 함의, 돌봄 경제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의의 등을 연구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가슴》을 우리말로 옮겼고 여러 권의 여성주의 저작을 함께 옮겼으며, 함께 지은 책으로 《열 가지 당부》가 있다.
낸시 폴브레 (지은이)의 말
'가족 가치'는 여러 사람에게 여러 의미로 다가간다. 나한테 이 용어는 사랑,의무,호혜를 의미한다. 사랑은 감정을 함축하고, 의무는 도덕성을, 호혜는 합리적 계산을 함축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의미있고 행복한 삶에 필수 요소라는 것이 우리 부모님 세대의 생각이다.
우리는 모두 좋든 싫든 다른 사람을 돌볼 의무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남을 돌보면 남들도 우리를 돌볼 것이다.